‘장릉 아파트’ 두고 문화재청‧건설사 치열한 법정 다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수사 진행…인천 서구 “허가 받았다” 문화재청 공사중지 명령에 건설사들 집행정지 신청으로 응수 장릉에서 계양산 조망 여부도 논란, 일부 세대 철거도 달려

2021-12-15     홍기원 기자
김포 장릉에서 해당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문화재 경관 훼손 논란으로 뜨거운 김포 장릉 아파트 건설 분쟁은 결국 법정 다툼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문화재청과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3개 건설사는 서로 소송 공방전을 벌이며 평행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9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들 3개 건설사를 고발하고 아파트 19개동을 대상으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문화재청은 해당 아파트 공사가 2017년에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개별 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반경 500m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여기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문화재청의 개별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사중지 명령이 내려진 뒤 3개 건설사는 문화재청에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을 내고 심의를 받고자 했으나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를 이를 철회했다. 현재는 대방건설만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9일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대방건설이 낸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을 심의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대방건설이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한 뒤 이를 재심의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포 장릉에서 맞은편 계양산이 조망가능하려면 현재 올라간 아파트 건물의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조선왕릉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과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영 및 기록문화 등을 근거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면서 “이전에 진행한 두 차례의 문화재위원회는 현재의 공동주택이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심의한 바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조선왕릉 경관 훼손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김포 장릉의 보존관리 상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련수사를 맡은 인천 서부경찰서는 10월 해당 아파트 건축을 승인한 인천 서구청을 압수수색하고 이어 이달 초엔 대방건설, 금성백조, 대광이엔씨 본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에 해당 아파트 건축 인허가 기관인 인천 서구와 3개 건설사는 문화재청의 논리가 소급효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미 아파트 건축은 허가가 끝난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인천 서구는 지난달 23일 문화재보호법상 허가는 2014년에 마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인천 서구는 “2014년에 당시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다. 이를 적법하게 승계받은 건설사가 아파트 건축을 진행한 것이다”라며 “이미 허가가 완료된 사안을 2017년에 강화된 고시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다 지은 아파트, 상층부만 철거해도 안전할까

3개 건설사는 법원에 문화재청의 공사중단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해 대방건설은 앞서 9월 인용됐으며 대광이엔씨(시공사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사 금성백조)는 항소를 통해 이달 인용됐다. 현재는 3개사 모두 해당 아파트에 대한 공사가 재개된 상태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내년 3월 집행정지 신청의 본안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현재 공정률은 80%로 내년 6월 입주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장릉 경관이 훼손된다는데 우리 아파트 뒤에 다른 아파트들이 이미 있고 예정된 개발계획도 있다. 법원이 인용결정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대광건영 관계자도 “현재 공정률 84%로 입주 전 공사를 마치기엔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안 판결에서 해당아파트 건설에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지도 법적으로 결정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선 아파트 상층부를 일부 제거해야 한다. ⓒ문화재청

한편, 문화재위의 재심의를 앞둔 대방건설은 14일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당사의 아파트는 계양산 조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면서 “무허가 아파트라는 문화재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과 배치돼 2주 뒤 재심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장릉 혼유석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삼성쉐르빌아파트와 연결한 마루선 밑으로 아파트 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작성한 김포 장릉 경관 시뮬레이션 자료에서 이 기준을 따르면 대방건설은 아파트 높이를 낮추면서 1417세대 중 22세대를 줄여야 한다. 금성백조는 50세대를, 대광건영은 137세대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 김포 장릉과 500m 밖에 있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대방건설은 아파트 높이를 낮추지 않아도 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500m 밖의 아파트를 기준으로 해도 김포 장릉에서 계양산 조망이 가능한 걸로 나왔다. 다만 이 기준으로 해도 금성백조와 대광건영 아파트는 각각 36세대, 56세대를 줄여야 한다.

문화재청이 밝힌 기준대로라면 이들 아파트는 상층부 일부 세대를 해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혔지만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가 제시한 공법은 공동주택에 적용할 공법이 아니라고 본다. 아파트는 하나의 구조물이어서 해체가 쉽지 않다”라며 “입주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과연 안전하다 믿고 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