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위문편지’ 논란 확산…“강요가 문제” 국민청원도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시 한 여자고등학교의 재학생이 군 장병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은 위문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1일 ‘군 복무 중 받은 위문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친구가 받은 위문편지라며 편지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편지에서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의 학생이라고 소개한 편지 작성자 B씨는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하세요”, “앞으로 인생이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작성했다.
다른 편지에서는 “사기를 올리는 내용을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쓸만한 게 없다”,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말아라” 등의 문장이 포함됐다.
해당 편지를 본 누리꾼들은 B씨가 조롱 섞인 말투로 군인을 비하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은 위문편지를 보낸 B씨의 신상을 특정해 거센 비난을 퍼붓거나 재학 중인 학교 포털사이트 리뷰란에 일부러 낮은 점수를 주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큰 논란이 일자 해당 학교 재학생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자신을 학교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학생 C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명백하게 해당 학생이 윤리적으로 잘못했다. 청춘을 희생하며 봉사하는 군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학생과 학교 모두 비판을 달게 받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비판을 넘어 개인 또는 학교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도 지난 12일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학교 측은 “관련 행사는 1961년부터 시작해 해마다 이어져 오는 행사이며 통일과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활동으로 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군부대에 위문편지를 쓰는 행사가 강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2일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만인 13일 오후 15시 기준 10만3773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 D씨는 “위문편지가 여고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며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고 짚었다. 이어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억지로 쓰는 게 얼마나 부적절하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