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약 4%…72개국 중 최하위권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전 세계 72개국 중 네 번째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기업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 현황 등을 분석한 ‘우먼 인 더 보드룸(Women in the boardroom)’ 보고서를 전날 발표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 기업 이사회에 등록된 여성 비율이 4.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2개국 평균(19.7%)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최하위권 5개국은 한국을 포함해 카타르(1.2%), 사우디아라비아(1.7%), 쿠웨이트(4%), 아랍 에미리트(5.3%) 등이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비교적 제한된 중동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의 여성이사 비율이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또한 한국 기업에서 이사회 의장이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는 여성 비율도 각각 2.3%, 2.4%로, 세계 평균(6.7%, 5%)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72개국의 평균 여성 이사 비율(19.7%)은 2018년보다 2.8%p 상승했다. 이에 딜로이트 그룹은 이러한 속도라면 2045년에는 남녀 이사 비율이 동등해지는 ‘젠더 패러티(Gender parity, 성 평등)’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목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전 세계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약간 증가했으나 여전히 이사회 의장이나 CEO로 활동하는 여성 비율이 저조하다고 분석됐다. 지난해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여성은 6.7%로 2018년 대비 1.4%p 소폭 상승했고, 여성이 CEO로 임명된 비율이 5%로 지난 2018년에 비해 0.6%p 상승하는데 그쳤다.
다만 딜로이트 그룹은 젠더 다양성이 실현된 이사회일수록 여성을 CEO나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여성이 CEO로 있는 기업에서는 이사회 내 여성 비율(33.5%)이 남성이 CEO로 있는 경우(19.4%)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여성이 이사회 의장일 경우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30.8%로, 남성이 의장을 맡았을 때(19.4%)보다 높게 나타났다.
딜로이트 그룹 김학범 리스크자문본부 파트너는 “한국 상장사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글로벌 평균 대비 낮은 상황이나 지속적으로 젠더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2020년 여성할당제가 도입됨에 따라 이사회 내 젠더 다양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들이 여성 임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대비해 여성들이 이사회 및 임원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력한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