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전신주 못 올라”…건설노조, 한전에 승주작업 거부 통보

한전 제안한 승주 방식에 “현장 적용 불가능…2차 재해 가능성도” 현장중심 안전 강조했는데 해결책 없나… 한전 “노조와 계속 협의”

2022-03-16     홍기원 기자
한국전력공사 정승일 사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10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전력구 공사현장을 반문해 안전사고 특별대책 이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전기노동자들이 한국전력공사가 내놓은 승주작업(전신주를 올라가 하는 작업) 방식에 반대하며 모든 승주 작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전은 고 김다운씨가 지난해 11월 승주작업 중 감전돼 사망한 사고 이후, 여러 안전대책을 내놓았으나 정작 문제의 핵심은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는 16일 0시를 기해 모든 승주작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는 하루 전인 지난 15일 한전에 보낸 공문에서 “귀사가 시연하고 강제하는 사선작업 승주 방식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합리적이고 안전이 보장되는 승주 방식을 합의할 때까지 모든 승주 작업을 16일부로 거부한다”고 전했다. 이어 “슬링 이용 승주 방식은 현장 적용이 쉽지 않고 각 지역의 사업소별, 업체별, 현장별, 현장 감독 재량으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현장 적용이 불가능한 탁상 행정인데도 지속적인 장비 구입과 시행이 강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에 따르면 한전은 추락 방지를 위해 매트나 추락방지망을 설치하고 슬링을 이용한 2인1조 방식을 제안했다. 한전은 지난달부터 이와 같은 새로운 작업방식을 적용한 시연회를 세 차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기노동자들은 “추락해도 매트에 떨어질 확률은 낮다. 추락방지망을 설치할 곳을 찾기도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추락 재해시 지상에서 줄을 잡고 있던 노동자가 줄에 이끌려 2차 재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전의 대책이 현장사정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는 이날 “한전은 안전관리대책을 통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권 사용을 보장하고 스스로 안전을 확인하고 작업하는 안전문화 정착을 공언한 바 있다”라며 작업 중단의 정당함을 강조했다. 건설노조 석원희 전기분과위원장은 “안전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답이 있다”면서 “현장을 반영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전은 지난달 지역본부 사업소장들에게 ‘안전로프를 활용한 전주 인력오름 작업 시범운영 시행’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을 보면 그네식 안전대, 쥠줄, 슬링, 로프, 카라비너, 제동장치 등을 신규장비로 지정하고 시중판매 제품을 구입하거나 활용해 장비를 확보하라며 사업소별 안전장구 2세트 이상 구매해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새로운 작업방식의 시범운영은 사업소 배전운영실 직원 및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하며 다음달 22일까지 진행된다. 협력회사에는 자체적으로 장비 구매해 활용하고 산업안전보건비 집행에 대해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1월 고 김다운씨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며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전은 ▲직접활선공법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전기공사용 특수차량 밀림방지 장치 필수화 ▲추락방지장치 설치 ▲고소작업차 탑승 원칙 등을 제시하며 현장 작업자에게 무리한 작업량, 단독작업 등 부적절한 작업지시에 대해 작업중지권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한전은 현장중심 안전경영을 강화하겠다며 경영진에게 안전점검 전담지역을 지정해 현장 안전점검을 하는 ‘안전점검 지역담당제’와 현장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는 ‘안전 옴부즈만’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고 김다운씨 사망사고를 불러운 승주작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결책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고소작업차 활용 등은)작업이 한 곳에서만 있다면 모르지만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있다보니 (전면 적용이)쉽지 않다고 본다. 차량을 보유한 협력업체가 많지 않다”면서 현실적으로 승주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슬링과 로프 등 신규장비 구매 부담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작업이 100% 중단된 것은 아니다. 일부 현장에서 중단된 것”이라면서 “추후 노조와 계속 협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