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서울시에 ‘아이파크 붕괴’ HDC현산 건설업 등록말소 요청
“건산법 83조 따라 가장 엄중한 처분 내려달라” 광주경찰청 “HDC현산 포함 총 20명 형사입건”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토교통부가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관할하는 서울시에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 등록말소를 요청했다. 한편, 광주광역시경찰청은 향후 HDC현산 본사 차원의 부실공사 책임 유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28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서울시에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등록말소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제83조 제10호는 고의나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치 1년을 부과토록 규정돼 있다”라며 “이번 사고의 원인과 그 피해 규모를 볼 때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사인 가현건설산업은 동 규정 적용 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관청인 서울시(원도급사)와 광주시 서구청(하도급사)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시공사와 감리자에 대해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축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 이뤄지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경찰에 고발조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감리자인 건축사사무소 광장에는 건설기술진흥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이 내려지도록 요청했다.
관할관청인 서울시가 국토부의 등록말소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앞서 서울시는 1월 28일 해명자료를 통해 “건산법 시행령 제80조는 영업정지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시행령의 규정은 건산법의 입법취지를 반영하고 있지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국토부에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1년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서울시의 시행령에 대한 해석은)법령에 대한 오인에 기인한 것 같다”라며 “건산법 제83조에 따라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1년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부실시공 근절 방안으로 ▲시공 품질 관리 강화 ▲감리 내실화 ▲부실시공 무관용원칙 대응의 3대 분야 19개 과제를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 따른 법률 개정안은 내달까지 모두 발의하고 연내 개정이 완료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중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한 국토부 직권 처분을 위한 건산법 시행령 개정은 다음날인 29일부터 입법예고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광주경찰청도 같은날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1월 11일 사고 발생 이후 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 집중해 왔다.
광주경찰청은 붕괴 원인에 대해 사고동의 39층 바닥 시공을 구조검토 없이 데크플레이트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PIT층에 콘크리트 지지대를 설치해 하중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래 3개층은 지지대(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아 지지력이 약화됐으며 미흡한 품질관리로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이르지 못해 23층까지 총 16개 층이 연속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광주경찰청은 이번 붕괴사고는 시공사, 하도급업체 및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HDC현산 현장소장 등은 구조검토 없이 하도급업체가 공법을 변경해 시공하게 했으며 지지대 설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 품질관리자는 레미콘업체의 콘크리트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품질 불량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의 총체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업체는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했으며 감리는 콘크리트 품질시험을 직접 하지 않은 채 타설을 승인했다. 하도급업체는 혹한의 날씨에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면서도 적정 양생을 위한 품질관리를 소홀히 했다. 광주경찰청은 보양 천막이 바람에 찢어지며 콘크리트가 외부에 노출됐음에도 그대로 방치했다고 부연였다.
광주경찰청은 이번 붕괴사고에 책임이 있는 HDC현산 관계자 8명을 포함해 총 20명을 형사입건했으며 그 중 혐의가 중한 6명은 구속했다. 광주경찰청은 ▲HDC현산 본사 차원의 안전관리 미흡 등 부실공사 책임 유무 ▲관련 민원 처리 및 인허가 과정의 적정성 ▲콘크리트 품질관리와 관련된 업체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경찰청은 “감리원 자격 요건을 강화해 기술력이 있는 감리원이 배치되도록 하고, 적극적인 감리 업무 수행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도 민사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등 감리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인은 겸직 없이 품질관리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이를 관련기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