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출생 문제 ‘적신호’…20대 2명 중 1명 “결혼 이후 자녀 없어도 돼”

2022-05-10     박세진 기자
서울시내의 한 산부인과 입구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꼭 낳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을 부부 사이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미혼 A씨(28)

“부부라고 해서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교재 중인 연인과도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지만 자녀 계획에 대해서는 둘 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무자녀 결혼생활에 합의한 상태다”  결혼 예정자 B씨(29)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국내 저출생 기조가 심화하는 가운데 결혼 후 자녀를 낳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20대가 5년 새 크게 증가해 절반 이상에 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는 ‘나라경제 5월호’에서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 분석 및 연구’등을 인용해 ‘우리 시대의 가족’의 모습을 전했다.

10일 보고서에 따르면 무자녀에 동의하는 20대 비율이 지난 2015년 29.1%에서 2020년 52.4%로 23.3% 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대에서 동의 비율이 21.3%에서 28.3%로 7.0% 포인트 증가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결혼 후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하는 20대들의 가치관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양육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 역시 20대들의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인 제퍼리스 금융그룹(JEF)이 베이징의 유와인구연구소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1인당 GDP 대비 양육비 비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자녀를 18세까지 기르는데 드는 비용은 2013년 기준 1인당 GDP의 7.79배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한 합계출산율은 올해 0.7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며, 상황 악화가 가속화된다면 내년 출산율은 0.6명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울러 2021년 여성가족부의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비혼 독신에 동의하는 20대 비율은 2015년 37.0%에서 2020년 52.9%로 증가했다. 전체 비율 역시 마찬가지로 2015년 32.4%에서 2020년 34.0%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선영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가족의 상황을 무시한 채,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와 권리를 가족단위로 보장하는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며 ”한 발 더 나아가 아직 오지 않은 가족의 출현에 개방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