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고속철도 만들수록 부채 늘어…“자본잠식과 무관” 해명

고속철 건설재원 50% 분담, 채권 발행해 40년내 갚는 구조 기재부, 다음달 재무위험 공공기관 선정…철도공단 어쩌나 호남고속철 2단계 등 추가 사업 줄이어 “부채 더 늘려야”

2022-06-14     홍기원 기자
지난 4월 5일 경기도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KTX 열차가 봄을 맞아 자동세척고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가철도공단이 추가로 사업을 추진할수록 부채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업설계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 모습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재무위험 공공기관을 선정해 집중관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철도공단 부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의 재무위험 공공기관 집중관리제도 시행을 앞두고 철도공단의 재정건전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재부는 재무지표, 재무성과, 재무개선도를 고려한 종합평가체계를 구축해 다음달까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하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선정된 재무위험기관에 대해 전방위적인 집중관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에 나선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 부채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를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체 공공기관 부채규모는 2017년 493조원에서 지난해 583조원까지 치솟았다. 공공기관 부채규모가 구조적으로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채규모만 따진다면 철도공단은 재무위험기관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공단은 지난해 결산 기준 약 20조573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2420억원 늘어난 수치다. 

철도공단의 재무상태를 이해하려면 공단의 사업시스템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철도공단은 14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공단은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주주와 주주의 납입자본인 자본금이 없다, 국가철도공단법에 의해 설립된 ‘무자본금 특수법인’으로 자본잠식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도공단은 “부채는 관련 법령 등에 의해 고속철도 건설재원 50% 이상을 부담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고속철도가 준공된 이후 운영단계에서 철도운영사인 코레일, SR로부터 고속철도 선로사용료를 징수해 부채를 상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정부출연과 철도공단의 자체차입금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철도공단은 ‘무자본금 특수법인’으로 철도시설이 완공되면 이를 국가에 귀속시킨다. 처음부터 철도공단이 고속철도 건설에 부담하는 자금은 채권을 발행해 마련하도록 설계돼있다. 즉, 새로운 고속철도 건설을 하면 철도공단의 부채도 따라서 늘어나는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인천-수원간 고속철도 사업, 오송평택 2복선화 사업 등이 있다. 당장은 철도공단의 부채가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도공단은 2004년 경부고속철도가 개통한 이후부터 징수한 선로사용료로 이 부채를 갚아야 한다. 그런데 2016년까지 선로사용료가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해 되려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 수도권고속철도가 개통된 뒤에야 선로사용료가 이자비용을 넘어 당기순이익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건설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을 갚아나가기에는 당기순이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철도공단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215억원, 2018년 1652억원, 2019년 1717억원에 그쳤다. 매년 2000억원씩 순이익을 거둬도 물경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는데 100년이 걸린다. 그나마 2020년과 지난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선로사용료가 대폭 줄면서 각각 당기순손실 365억원, 당기순이익 174억원을 기록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고속철도 건설시 철도공단이 50% 부담하는데 수도권고속철도는 60%, 오송평택 2복선화 사업은 70%를 부담하게 돼있다”라며 “당초 부담비율을 결정할 때엔 투자비를 30~40년 사이에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실제 고속철도 건설을 완료한 뒤 받은 선로사용료는 이자비용에도 못 미쳐 2016년까지는 미처리 결손액이 쌓여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순이익이 발생해도 부채상황보다 미처리 결손부터 줄이는 게 현실이다. 결손액만 1조5000억원 정도 된다”라며 “30~40년 안에 부채를 상환하는 구조로 사업설계를 했는데 실제 경제여건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내년에도 부채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철도공단은 국유재산의 창의적 활용 및 개발 다각화 등을 통한 자체 수익을 늘리고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 건설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명백한 한계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밝힌 호남고속철도 2단계 총사업비는 2조5789억원에 달한다. 철도공단이 분담할 금액만 1조2895억원이다.

선로사용료 인상을 해결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어려운 선택이다. KTX는 매출의 34%를, SR은 매출의 50%를 선로사용료로 납부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 규모를 개별 공공기관의 경영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새정부의 기재부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