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고공비행 환율, ‘옐런 카드’로 반전시켜야

2022-07-14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끔찍할 정도의 수준이다. 둔화되는 것처럼 보였던 물가가 치솟으며 두 자릿수 물가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엄습한다. 바다건너 미국의 물가에 화들짝 놀라는 것은 고도로 세계화 된 지구촌에서 우리에게 즉각적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 한은 설립 이후 ‘빅스텝(0.5% 금리 인상)’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6%를 찍은 소비자물가에다 4%에 가까운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떨어뜨려야 하는 절박함이 큰 폭의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6월에 이어 다시 한 번 75bp 금리 인상이 전망되고 있어 금통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금리 상단 기준으로 한·미간 정책금리는 역전된다.

현재 미국 월가에서는 역대급의 물가상승률이 나오면서 이달 FOMC회의에서 75bp가 아닌 100bp를 한꺼번에 올리는 ‘울트라스텝’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간밤 캐나다에서는 8% 가까이 상승한 물가 상황을 감안해 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뉴질랜드도 3회 연속 50bp를 인상하면서 2% 중반 대 금리로 진입했다. 인플레이션 추세가 꺾이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시그널이 나오면서, FED(미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긴축으로 강달러 현상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로서는 자본유출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돈의 흐름도 수익을 좇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한 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 당국자들이 한목소리로 우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지만 우려는 남는다. 급격한 환율 상승이 금융시장의 공포를 자극해 위기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달러부족 사태가 야기하는 악몽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외환보유액의 변화 추이를 살피면, 기재부나 한은 당국자들의 얘기를 신뢰할 수 있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선,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의 감소 폭이 가파르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94억3000만 달러가 줄었고, 올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 간 234억9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 수준이다.

다음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학계에서 주장하는 외환보유액 수준이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IMF는 연간 수출액 5%와 시중통화량(M2) 5%, 단기외채 30%, 기타 부채 15% 등을 더한 액수의 100-150% 수준을 권고한다. 이 기준이라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4680억에서 7021억 달러 수준이다. 조금 더 보수적 관점의 BIS 기준으로는 9300억 달러에 달한다.

또 학계에서는 GDP 대비 28%에 불과한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하고, 자본유출의 우려가 있을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외환 보유액의 현금성 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오는 19일 방한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와도 만남을 갖는다고 한다. 작년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에 대한 논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2월16일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종료에 대해 특별한 연장의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통화스와프 종료에 따른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등 위기상황에서 다소 엉뚱하다싶을 정도의 논리를 폈다. 한은 관계자와의 몇 차례 통화에서 비공식적이나마 미국 측의 부정적인 기류로 연장이 무산됐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비기축통화국 입장에서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자본유출에 대한 압력이 낮아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로 진입하면서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줄고 있다. 구조적 흑자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올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추세적인 달러 부족현상이 도래할 수 있다. 실질적이든 상징적이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현시점에서는 시급한 현안이다. 옐런의 방한을 위기상황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