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 입찰담합 엇갈린 대응…다원시스 아니라는데 현대로템 “공동행위 인정”
공정위 3사 입찰 담합에 과징금 564억원 부과 국내 3사로 구성된 폐쇄적 시장 구조 지적도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도차량 입찰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히며 사건의 면모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3개사만으로 구성된 철도차량 제작시장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제재를 받은 다원시스와 현대로템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평치고 있다. 다원시스는 공정위가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담합 결정을 내린 데 유감을 밝혔으나 현대로템은 공동행위를 인정하면서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기관이 발주한 11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결정한 담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2016년에는 우진산전과 현대로템이 담합해 6건의 철도차량 입찰(계약금액 약 5850억원 규모)에서 현대로템이 낙찰을 받았다.
이후 2017~2018년 사이에는 3사간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들간 저가수주를 방지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9년에는 다원시스도 담합에 참여해 사실상 경쟁입찰이 무력화됐다.
공정위는 “이 기간 동안 발주된 5건의 입찰(계약금액 약 1조8100억원 규모) 중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는 1곳을, 현대로템은 그 외 3건을 수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는 법적 분쟁 중이어서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현대로템과 다원시스 간 연락을 통해 합의했다”라며 “특히 현대로템은 합의과정에서 스스로를 ‘맏형’으로 칭하는 등 강한 중재 의지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3개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5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담합이 일어난 11건의 입찰에서 9건을 낙찰받은 현대로템은 323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9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다원시스는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소송을 포함한 대응방침을 강구할 계획이다. 다원시스는 “조사과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경쟁사 임직원의 일방적인 진술과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다원시스가 담합에 가담했다는 증거로 현대로템 임원과 다원시스 대표간 텔레그램 대화 내용, 우진산전의 항고 취하서, 다원시스 임원 PC에서 수집된 현대로템의 대외비 문서 등을 제시했다. 이에 다원시스 관계자는 “명확한 증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반면, 현대로템은 다음날인 14일 “공동행위를 인정하며 향후 불공정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현대로템은 “입찰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 현대로템 주도 하에 이뤄졌다는 공정위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자사는 국내 시장에서 공동행위를 주도할 만큼 우월적인 위치가 아니었다. 2018년 3사 경쟁체제 돌입 이후 현대로탬의 국내 점유율은 10%에 불과할 정도로 입찰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최종합의는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별도로 만나 실행됐다”고 해명했다.
담합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소수 사업자로 구성된 폐쇄적인 철도차량 제작시장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철도차량 제작시장은 2015년 이전에는 현대로템이 독점했으며 그 이후에는 3개 사업자만으로 구성돼 현재에 이르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철도차량 제작이지만 국제입찰이어서 해외 참여도 가능한데 거의 오질 않는다”라며 “해외는 열차 1량당 19억원 정도로 예산이 책정된다. 우리나라와 1.6배 정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책정된 예산이 낮다보니 수익성이 없다. 수주해도 적자를 면하는 수준 정도”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