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분류·비위’ 논란에 게임위 답했지만…게임 이용자들 여전히 ‘싸늘’

2022-11-11     변동휘 기자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 [사진 제공=게임물관리위원회]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연속된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게임물에 대한 직권 재분류 및 등급 상향조치로 이용자들의 반발을 일으키는가 하면, 등급분류 시스템과 관련된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폐지론까지 일어나고 있다. 게임위 측에서는 이용자 소통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게이머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한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위는 일부 게임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직권 재분류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은 최근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한 일부 게임물에 대해 선정성 등을 이유로 직권 재분류를 실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변경하며 해당 게임의 이용자들이 집단으로 반발한 것이다. 이러던 와중 <바다신2>라는 게임이 전체 이용가로 분류됐는데, 콘셉트와 그래픽 등에서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사실상 아류 게임물이라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비위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7년 게임위는 38억8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등 사실상 미완성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합격 판정을 내리고 개발 업체에 어떤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됐다. 이에 대해 담당 직원이 개발 지연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는 내용의 배임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는데, 국민 300명의 서명이 필요한 이 청구에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며 부정적인 여론을 체감케 했다.

이에 게임위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게임이용자 소통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총 4개 분야 13개 실천과제로 둘러싼 이번 방안에 대해 게임위는 최근 등급분류 게임물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이 이용자와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게임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먼저, 분기별 ‘게임이용자와 대화!’를 정례화해 이용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추진하고,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임이용자들의 정책제안 코너를 신설한다. 연내 ‘게임이용자 소통간담회’를 개최하고, 게임 커뮤니티 및 인터넷 방송 운영진 등을 대상으로 소통 네트워크를 구축힌다. 연령등급별 영상 및 이미지 사례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함으로써 등급분류 기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 개편을 추진한다.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과거 정보공개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회의록을 공개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등급분류·직권등급재분류·분과위원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관련해 공개방식과 시기, 절차 등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연내에 관련 규정 개정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직권등급재분류 과정에서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게임제작사·개발사뿐만 아니라 외부 게임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등급분류 기준·방법·절차에 대한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모의등급분류체험 프로그램을 연 2회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직권 재분류 절차에서의 전문성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현재 3명인 직권등급재분류 분과위원회 위원을 5명으로 확대, 외부 게임 전문가 2명을 추가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직권 재분류 대상 게임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연령등급경계 게임물 등에 대한 교차 모니터링을 현행 2회 내외에서 최대 3회로 확대하고, 모니터링 보고서를 세분화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인다. 필요 시 분석 결과에 대해 외부 게임전문가 자문을 받는 심층 모니터링을 추가로 활용할 계획이다. 모니터링단 채용 시 게임학과 졸업·게임업계 경력 등을 우대하고, 내부 직원교육 강화 등을 통한 내부 전문가 양성도 병행한다.

이 같은 조치 발표에도 게임 이용자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논란의 진원지였던 일부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에서다. 게임위 측은 “등급분류 신청 시 ▲성적행위 ▲외설적·성적 주제 또는 표현 ▲노출 또는 자극적인 의상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응답해 15세 이용가로 등급분류를 받았지만, 모니터링 결과 여성 캐릭터의 주요부위에 대한 신체적 노출과 성행위를 암시하는 음성 등이 포함돼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바다신2> 등급분류 논란에 대해서는 “바다이야기와 콘셉트(바다배경) 및 그래픽은 유사하지만,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바다이야기와 달리 이용자 능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며, 시간당 투입금액 제한 등 게임산업법을 준수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게이머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간담회 당시 나왔던 “게이머와 사회인의 게임을 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다”는 발언이나 스팀 유통 게임에 대한 “포르노 수준의 게임이 많이 있다” 등 일부 언급 역시 도마에 올랐다. 게임위 측은 “우리나라 게임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국민적으로 대중화됐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다른 분야에서의 게임 이해도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취지”라며 “스팀 내 전체 게임물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부적절한 게임이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벤과 루리웹, 디시인사이드 등 게임 이용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이머 비하 발언’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어 관련 논란이 쉽게 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