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주기] 메세지 아끼는 尹대통령 , 여야는 엇갈린 반응

세월호 참사 9주기 행사…여야 지도부 참석해 尹대통령, 제주 4.3 사건 추념식 이어 침묵 유지 6년 만에 ‘세월호 기억식’ 불참한 교육부 장관 까지

2023-04-17     박세진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 304명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정치권은 일제히 추모 메시지를 내고 유족과 생존자를 위로했다. 여야 대표들은 각기 엇갈린 반응을 내놓은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 불참한데 이어 세월호 참사 기억일에도 연달아 불참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월호 9주기 기억식... 엇갈린 반응 내놓은 여야

전날 세월호 참사 9주기 행사에는 정부 고위급 인사와 함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참석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아홉 번째 봄이 찾아왔다”며 “자녀, 가족, 친구를 가슴에 묻고 9년의 세월을 견뎌오신 유가조과 생존자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준 기억은 엄중하다”며 “일상의 안전은 저절로 지켜지는 않으며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할 때만 지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의미로 제정된 국민안전의 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 대변인은 “사회 전반의 안전을 점검하고 미비한 제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의 힘과 윤석열 정부는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국민의 힘은 세월호 9주기를 맞아 국민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고 안전과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각자도생 사회로 회귀하고 있다’며 안전불감증 논란에 선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9년 전 그날 진도 앞바다에 국가는 없었다”며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달라야만 했다. 그러나 각자도생 사회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며 여권을 겨냥했다.

이어 “아이들 앞에 고개들 수 없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남겼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임을 일깨웠다”며 “한 톨의 의혹도 남기지 말자는 유가족들의 외침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제1의무”라며 “사회적 참사특별조사위원'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일을 포함해 나라가 나라다울 수 있도록 정치의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제주 4.3 사건 추념식 이어 세월호 9주기 침묵한 尹대통령

여야가 앞 다퉈 세월호 9주기 관련 의견을 피력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9주기에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 이어 세월호 참사 기억일에도 연달아 불참한 것이다.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는 따로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수장들의 추모식 참석으로 정부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오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3곳에서 추모행사가 있었다. 세종시 행사에는 국무총리와 사회부총리,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 2 차관이 참석했다”며 “또 안산시 행사엔 해양수산부 장관과 교육부 차관이 참석했고, 인천시 행사에는 행안부 장관 직무대리가 참석하는 등 정부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앞서 한덕수 총리는 이날 정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국민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 비극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안전을 지키는 것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지가 아닌 실천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집중호우와 태풍, 이태원 참사로 많은 분이 고통받았다”며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시스템 전반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세월호 기억식 불참한 교육부 장관

윤석열 정부 첫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은 불참했다. 이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더해 참사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오던 안전주간 공문에서 세월호 표현이 사라져 더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오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 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했으나,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는 불참했다. 기억식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교육부는 “국민 안전의 날 행사(실천대회)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범국민적 안전 실천 문화의 확산을 위해 개최하는 행사”라며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리는 중요성을 감안해 이 부총리가 직접 실천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 기억식 또한 추모의 의미, 중요성으로 이 부총리가 참석하고자 했다”며 “교통 여건 등이 불확실해 차관과 역할을 나누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통 여건 등 일정으로 인해 이 부총리 참석이 어렵다는 교육부의 답변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2019년 4월 16일 당시 유은혜 부총리는 세종에서 오전 11시 10분경 열린 국민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오후 3시 경기 안산에서 개최된 세월호 기억식에 참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7년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열렸던 3주기 기억식은 이준식 당시 부총리 대신 이영 교육부 차관이 참석했다. 다만, 이준식 부총리는 2017년 4월 11일 교육부 전 직원 추모식을 열고 추도사도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김상곤, 유은혜 부총리는 정부 합동 영결·추모식과 기억식에 매년 참석해 왔다.다만 올해 9주기 기억식을 앞두고 교육부는 장관 명의의 추도사도 따로 내지 않았다. 이에 더해 올해 교육부 안전주간 공문은 제목에서부터 ‘4.16 세월호 참사’가 제외됐다. ‘4.16 추모 주간 지정·운영’, ‘4.16 세월호 참사 계기’ 등 표현도 사라졌다.

세월호와 관련된 표현은 “참사일을 전후해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부적절한 언행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는 말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14일 열린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학교 폭력 청문회 끝 무렵 즘 안전주간 공문에 세월호 표현이 없는 것에 대한 더불어 민주당 강민정 의원의 지적에 이 부총리는 “다른 의도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육부가 단원고 학생과 교원을 포함 많은 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마음 깊이 추도하는 점은 변함없다. 모든 재난을 염두하고 안전교육과 안전실천 문화 확산을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