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합 방산기업 꿈꾸는 한화…ESG 책임경영 잊었나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화는 종합 방산기업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서 물적분할 된 방산부문과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인수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추진하는 관련 사업마다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에서는 군함 사업 독점 우려 및 여론전 논란이, 우주산업클러스터 조성에서는 고흥군과 업무협약 위반 갈등이 불거졌다.
‘한국형 록히드마틴(글로벌 군수 기업)’은 김승연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김동관 부회장 체제의 뉴한화는 산재한 갈등을 봉합하고 ‘종합 방산기업’으로의 안착을 이끌어 갈 시험대에 올랐다.
먼저 한화가 육해공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대우조선 인수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심사 결론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공정위는 오는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군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기업이 탄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한 이후 경쟁사보다 싼 가격으로 부품을 팔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는 레이더, 항법장치 등 군함 부품 다수를 독과점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경쟁사에 더 비싸게 팔면 자연스레 대우조선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경쟁사인 HD현대의 노조 역시 방산 분야의 공정경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방산 사업 독점기업의 기득권을 이용해 잠수함이나 함정 등 특수선 경쟁입찰에서 불공정한 거래를 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선분야 방위 사업 독점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소속 구성원과 울산지역 3만4000여명 조선업 원하청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울산시 역시 지역신문에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승인의 공정한 심사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장외 신경전 논란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추긴 모습이다. 한화가 특정 몇몇 언론에만 비공식 경로로 대우조선 인수 관련 자사에 유리한 자료를 배포하며 여론전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화는 일반적인 보도자료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뉴스토마토와 미디어오늘 등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일반 보도자료와는 달리 메일로 배포되지 않았으며 출처 및 관계자 연락처 등의 기본적인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화가 보낸 보도자료 제목이 경쟁사의 이름으로 시작되는 형식은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발 양보해 청탁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기사 형식을 빌린 타사 비난 등 도덕성 논란은 쉽게 벗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최근 전남 고흥에서는 한화가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설립 부지로 전남 순천시를 선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고흥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해 왔음에도 사전협의 없이 부지를 변경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와 관련 한화는 경제성, 정주성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고흥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은 일방적 통보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균형 정책에 반하고 농어촌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주지하다시피 두 사업 모두 일회성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한국 군수산업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상향됐고 국경 지대 갈등이 첨예화 되는 만큼 방산 수출의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걸음마를 뗀 한국형 발사체 사업 역시 달탐사 등 장기 우주 사업과 발맞춰 끝없이 성장할 영역이다.
이 말은 전술한 문제들이 앞으로도 계속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글로벌 10위권 방산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기여하는 것도 ESG를 추구하는 기업이 갖춰야할 사회적 책임이다. 종합 방산기업으로의 변화에 앞서 비방 여론으로 퇴색된 대우조선 결합 인수전과 우주 시대의 초입에서 지역의 신뢰를 저버린 행보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