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품은 한화, ‘종합 방산’ 토대 마련…부채해소‧임단협 등 과제
사업구조 재편 통한 ‘조 단위’ 적자 탈출 관건 노조‧지역사회 비전 제시 요구 목소리 높아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조건부 승인되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이 탄생했다. 이로써 한화는 글로벌 10위권 방산기업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섰지만 아직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풀어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그룹과의 기업 결합 마무리 작업에 착수한다. 이날 이사회는 신규 사내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한편, 사명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건도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주총은 이사회가 열린 날로부터 2주 후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며 새 사명은 ‘한화오션’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후 한화가 약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49.3%를 확보하면 기업결합이 마무리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주식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공정위는 국내 군함 부품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군함 시장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해 수상함, 잠수함 등의 입찰에서 한화가 함정 부품 견적을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사 간 차별하지 않도록 했으며 경쟁사의 함정 부품 기술 정보 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한화는 이번 승인에 따라 육상과 우주를 너머 해상까지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김승연 회장의 꿈이기도 했던 한국판 ‘록히드 마틴’에 이르는 길에 큰 발을 내딛은 것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길이 험난한 것도 사실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년 연속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연결기준 지난 2021년에는 -1조7547억원, 2022년에는 -1조613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른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1542.4%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역시 연결기준 -417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이 수혈되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418.6%로 낮아지지만 저가 수주 물량에 따른 남은 분기 연속 적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주도했던 저가 수주 출혈 경쟁 관행을 깨는 등 전반적인 사업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밖에 노조와의 임단협 역시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는 이미 지난해 9월 한화와의 기업결합이 발표된 이후 구성원 고용보장, 노조‧단협 승계, 지역발전 등에 대한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대우조선지회와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구성원과 지역 발전을 위한 한화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업결합 승인으로 그동안 방해가 되는 모든 문제는 끝났다. 주총 전까지 거제지역과 대우조선 발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미 지난 3월 말쯤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근속수당 일괄 1만원 인상 ▲정년 1년 연장(만 61세) ▲임금 100% 보전 ▲사무직 처우 개선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실상 한화와의 기업결합이 예상됐기 때문에 조기 임단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화는 직원 처우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대답을 아껴왔지만 비전 제시에 대한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총을 전후로 관련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