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안된 아기 2000명...‘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유사사례 더 나오나

2015~2022년 태어난 미신고 영유아 2236명 약 1%, 23명 조사했더니 2명 시신으로 발견돼 감사원 “나머지 인원 전수조사 요청 검토할 것”

2023-06-22     정인지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된 신생아 시신 2구가 살해된 지 4년여 만에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친모인 30대 A씨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했지만 두 명 모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018년 11월과 이듬해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소재 아파트 세대 내 냉동고에 4년 넘게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남편과의 사이에 이미 12살 딸과 10살 아들, 8살 딸을 두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또 아이를 갖게 되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올해 3월 시작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정기 감사를 통해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미신고 영유아 수는 2236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도 태어나자마자 맞는 B형 간염(HBV) 백신으로 인해 임시 신생아번호를 갖는다는 것에 착안했다.

이에 감사원은 2236명 중 약 1%인 23명을 무작위로 표본 산출해 경찰과 지자체에 영유아의 생사 확인을 하도록 했다. 그러자 채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냉장고에 유기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것이다.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연락 거부·방문 회피...전수조사 검토 중

표본조사 중 혐의가 발견된 건 A씨 뿐만이 아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도 이날 경기 화성시 거주 20대 여성 B씨를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생후 한 달이 되기 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인터넷에서 아기를 데려간다는 사람을 찾게 돼 그에게 아기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외 표본으로 선정된 다른 영유아 역시 보호자들이 연락을 거부하거나 현장 방문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범죄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경기도 화성시에서도 영아 유기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을 입건하고 충남 천안에서도 신고가 접수돼 이날 오전 수사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나머지 영유아들의 생존도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확인하고 복지부와 지자체에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 요청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1%의 표본 조사에서 심각한 사건이 드러났기에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산모가 직접 출생신고를 하는 시범 사업이 실시된 가운데 서울 중구 제일병원에서 한 산모가 출생신고를 마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출생신고 않는 부모에겐 과태료 5만원뿐

이와 같은 사각지대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 복지체계의 한계점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파악한 출생 미신고자 2236명은 병원 출산 기록으로 당국도 출생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복지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대책 발표 당시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 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를 도입·추진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행정부담과 시스템 상 문제로 인한 책임 소재 등을 이유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으며 해당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라 도입 시점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현행 시스템 상으로 출생신고 의무는 오직 부모에게 맡겨진다. 병원은 부모에게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지해줄 뿐이다.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며, 과태료는 5만원 이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료계가 우려하는 내용을 보완해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