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의료계 혼란…헌법소원 제기

시행 앞둔 의료법 개정안…의료계 반발 “환자와 신뢰 붕괴·기본권 침해 우려돼” 의협 등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도 제출

2023-09-06     박효령 기자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모 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수술실에서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이번 달 25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의료계가 개인정보 유출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수술실 내부에 CCTV의 설치·운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오는 25일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에는 지난 2021년 9월 공포된 법안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시 수술 과정을 촬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응급 수술 △고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의료진 측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CCTV 설치비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며, 의료기관장은 30일 이상 CCTV 영상정보를 보관해야 한다.

영상정보는 수사·재판 등을 위해 공적기관이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환자와 의료진 양측이 모두 동의한다면 열람 및 제공이 가능하다.

개정 의료법은 지난 2014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수술실 생일 파티 논란을 시작으로 대리수술, 환자 성추행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이듬해인 2015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이후 6년 만인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현재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참여한 시민 97.9%가 의료사고 등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 의료인의 경각심 필요 등을 사유로 설치 의무화를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지난 5일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지난 2015년부터 이를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전날 해당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CCTV가 설치돼 운영되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붕괴,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더불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고, 최적의 수술 환경 조성이 불가능해 결국 방어 진료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같은 날 의협과 함께 낸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해 필수의료 붕괴가 우려되므로 각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그런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인해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자들도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해킹범죄에 의해 환자의 민감정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