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지원받는 ‘이공계 양성’ 영재학교…올해 83명 의·약대行

최근 3년간 영재학교생 218명 의·약대 진학 1인당 평균 환수액, 의대 年 등록금 1/2 수준 “교육비·장학금 환수 넘어 근본적 대책 필요”

2023-09-19     정인지 기자
지난 2020년 9월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가운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의대와 연결된 통로를 걷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영재학교 졸업생이 의·약학대학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재학교의 경우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세금으로 교육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장학금 환수를 넘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입에서 영재학교 학생 218명이 의약학계열에 진학했다.

수치는 지난 2021년 62명에서 지난해 73명, 지난 2월 졸업생 83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영재학교는 이공계 우수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에 따라 세금으로 장학금이 지원되지만, 의약학계열 진학을 노리는 통로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영재학교는 모집요강 및 입학설명회 등에서 의약학계열로 진로를 희망하는 사람은 지원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재학 중인 학생이 의‧약학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일반고로 전학가도록 권하며 졸업 후 진학 시 장학금과 추가 교육비를 전액 환수한다.

최근 3년간 영재학교별 의약학계열 지원자 및 합격자 현황 [자료제공=강득구의원실]

“영재학교 환수금은 의대 등록금 절반 수준”

지난해 서울과학고등학교(서울과고)에서 환수 조치가 된 학생은 47명으로 총 환수 금액은 3억2000만원이 넘었다. 경기과학고등학교(경기과고)의 경우 24명 학생의 장학금을 환수했다. 장학금 등을 반환해서라도 의약학계열에 진학하겠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환수금을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555만원 수준이다. 반대로 교육부의 지난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올해 의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979만원이다. 영재학교 환수금이 의대 등록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해 일반고로 전학을 간 학생은 지난 2020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매년 1명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약대에 합격하면 장학금을 반환 받는 게 아니라 지원서를 내기만 해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험생 학부모들이 지난 7월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대입 수시정시 합격 예상 점수 공개 및 수험생 지원전략 설명회'애서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약학계열 진학이 아닌 지원 시부터 장학금을 되돌려 받고 있는 영재학교는 전체 8곳 중 한국과학영재학교(한과영), 서울과고, 경기과고로 3곳에 불과하다.

강 의원은 “모든 영재학교에서는 의약학계열에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교육비·장학금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교육비와 장학금 환수라는 제재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교육 당국의 실질적인 조치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정책팀장은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중간에 진로를 전향하거나 중도에 불가피한 사유로 이탈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국고에서 굉장히 많은 금액들이 영재학교에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환수 조치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환수조치)마저도 실질적으로 의대에 진학해 차후에 사회·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이익에 비해 굉장히 미미한 조치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을 제어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