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西進) 정책의 붕괴, 내년 수도권 위기론 현실화
충청 내세운 게 호남 고립론 부추기게 돼 패배로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수도권 표심 읽지 못한 결과
수도권 선거전략 내세우지 못하면 정권심판론으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폭풍이 상당히 거세다. 17.15%p 득표 차이는 국민의힘에 있어 내년 총선을 상당히 불리한 상태에서 치르게 만들기 충분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기사회생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크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의 승패는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유는 명분 없는 싸움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크다.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김태우 전 후보를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의 패배를 초래하게 한 원인 중 핵심 원인이다. 비록 대통령의 사면복권에 의해 후보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대법원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후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패배를 초래한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번 보궐선거 참패를 설명하기에는 종이가 모자를 수밖에 없다. 김 전 후보를 내세운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선거전략 자체가 부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호남 고립론이 오히려 이번 선거의 참패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의힘은 매머드 선대위를 꾸렸다. 권영세 의원,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그리고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진석 의원을 명예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충북 청주 상당 지역구이고, 정진석 의원은 충남 공주 부여 청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강서구가 충청 출신이 많은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선거 패착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너무나 비대한 선대위를 꾸렸다는 것이 하나이고, 호남 고립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강서구는 충청 출신 인구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호남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문제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선대위에 배치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호남 출신 강서구민들에게는 위기감을 초래하기 충분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패배 인정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패배 인정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호남 홀대론

정치평론가들은 일제히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호남 인사의 중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익표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은 총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김영호 한정애 진성준 강선우 의원을 내세웠다.

최소한 강서 지역구에 연관이 돼 있거나 수도권 중심 선대위를 꾸렸다는 이야기다. 반면 정우택 국회부의장이나 정진석 의원은 충청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것은 결국 충청향우회에 기댄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충청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이 됐으니 충청 출신 강서구민들은 김태우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달라”는 호소에 불과하다.

그런 지역 출신의 호소가 과연 얼마나 표심에 영향을 미치겠냐는 것이다. 즉, 선거전략 자체가 아예 잘못된 선거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중심의 선대위를 꾸리면서 수도권 표심에 알맞은 선거전략을 구사했다면 국민의힘은 단지 ‘충청인들이여, 일어나라’는 식의 선거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전략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생각이다. 그것은 당 지도부에 수도권 인사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 중심의 당 지도부가 꾸려지면서 수도권 표심에 대해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이번 선거의 패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 출신에 기댄 선거전략은 이제 낡은 전략이 됐다. 공동선대위원장이 충청 출신이니 충청 출신 유권자들은 김태우 전 후보를 찍어달라는 선거전략은 낡은 전략이 됐다는 것이다.

과거 197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면서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온 사람들은 고향에 관한 생각이 남다르지만, 그 출신 2세나 3세는 생각이 다르다. “부모님이 충청도 출신이니 충청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하는 후보를 찍어야지”라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세대는 부모세대이고, 자신은 엄연히 ‘서울사람’으로 인식한다. 강서구에서 인구를 많이 차지하는 지역이 마곡지구이고, 마곡지구는 2030대 유권자들이 많다. 이들은 어디 지역 출신을 내세운다고 해서 투표를 하는 경향이 약하다. 즉, 부모 세대가 충청인이라고 해서 자신도 충청인이 아니라 ‘서울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호남고립론 자초

또 다른 원인은 호남고립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전략을 경험한 호남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과거 지역주의 정치로의 회귀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영남 출신 지도부가 충청을 아울러서 호남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이번에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호남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호남고립론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이 그동안 구사했던 정책 등이 호남 고립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만금 잼버리 사태이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새만금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내놓았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지을 것이며, 이에 책임자 처벌 등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아야 하는데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터지자마자 내놓은 정책이 새만금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선대위에 충청 지역 의원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는 ‘호남 고립론’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호남 인사를 제대로 중용하지 않고 내치기까지 하면서 호남 고립론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강서구에는 충청 출신 유권자들도 많지만 호남 출신 유권자들도 많다.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한 정책을 구사하면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호남고립론은 부모세대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식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세대와 달리 자식세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지만 부모의 고향이 발전되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 그런데 호남고립론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부모세대의 영향을 받은 자식세대로서는 국민의힘에 지지할 의사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충청 지역 국회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운 선거전략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즉, 부모세대의 고향인 호남이 고립되는 문제는 자식 된 도리로서 두고 볼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이런 이유로 호남고립론에 대한 심판 성격을 이번 보궐선거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산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산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내년 수도권에서

이는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번 보궐선거처럼 충청 지역 의원들을 내세우거나 호남 고립론을 계속 유지한다면 내년 총선 수도권 선거도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계속 호남 고립론을 고집하게 된다면 수도권 유권자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비록 수도권 유권자들 상당수가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 출생이 많다고 해도 그 부모세대는 호남 출신이 상당히 많다.

자식세대가 서울 출생이라고 하지만 고향의 뿌리는 잊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뿌리가 고립된다는 뉴스가 계속 들리게 된다면 그것으로 인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고, 그것은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불과 얼마 전까지 서진 정책을 구사하면서 호남 구애에 나섰지만, 현재 계속해서 호남고립론을 내세운다면 그로 인해 내년 총선 수도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호남고립론을 폐지하고, 호남 인사의 등용이나 호남 예산 배정 등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총선 수도권은 힘든 선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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