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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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토종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점차 가시권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가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OTT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 합병 관련 MOU 체결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며, 최대주주에는 CJ ENM이 오르고 SK스퀘어가 2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 측은 “다양한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CJ ENM도 “OTT 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 모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양사 합병설은 지난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티빙과 CJ ENM 측에서 선을 그어왔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에도 CJ ENM 측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OTT 시장의 성장 둔화와 지속되고 있는 적자 누적 등 부정적 요인이 커짐에 따라, 전향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합병을 통해 체급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티빙은 지난해 7월 KT시즌 흡수합병에 이어 2번째 토종 OTT 인수 사례를 만들게 되며, 동시에 최근 급성장한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국내 최대 OTT 서비스로 다시 올라서게 된다. 

합병 이후 시너지는 이용자 및 사용시간 증가 등 직관적인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각각 540만명, 439만명으로, 넷플릭스(1223만명)는 물론 쿠팡플레이(563만명)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용시간 측면에서도 각각 4536만시간, 4492만시간으로, 1억시간이 넘는 넷플릭스의 절반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양사 합병을 가정했을 때의 MAU 추정치는 산술 합산에서 중복 사용자 196만명을 제외한 783만명으로, 넷플릭스의 64.1% 수준까지 올라오게 된다. 사용 시간은 9029만시간으로 넷플릭스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제작원가 절감 효과와 광고 부분에서의 긍정적인 영향도 시너지 요소로 꼽힌다. 

하나증권 이기훈 연구원은 “특이하게도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은 많은 국내 OTT 구독자들의 지지가 예상되며, 합병만 된다면 양사 모두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높아진 점유율로 인해 가격 인상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부차적인 이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실제 합병을 추진하더라도 여러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내놨다. 양사 모두 다양한 SI(전략적 투자자)와 FI(재무적 투자자)가 존재해 모두를 충족시키는 거래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티빙의 경우 내년부터 상당한 적자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가치나 합병 비율 등에 있어 웨이브 측의 양보가 일정 수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재무적 측면에서의 부담도 존재한다. 웨이브의 경우 FI인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와 사모펀드 운용사 SKS프라이빗애쿼티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만기가 다가오는데, 누적된 적자로 인해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합병 이후 CJ ENM이 이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난관 중 하나로 꼽았다. 시즌 인수 당시 티빙의 점유율은 약 18%에 불과했지만, 웨이브 합병 이후에는 32%대로 치솟는다는 점에서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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