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이달 초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아들 김모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가상화폐 ‘아로와나’에 대한 불법 시세조종을 통해 비자금이 조성됐고, 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여기서 주목한 부분은 그 매개물이 ‘가상화폐’라는 점이다. 관련업계를 들여다보면서, 이를 악용한 비자금 조성이나 사기 등이 이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나쁜 상태로, 오죽하면 “코인 관련 내용은 90%가 사기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다.

실제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나 관련업종 관계자들이 가장 곤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옥석 가리기’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유입되는 데다, 관련 서비스의 폭도 넓어 레퍼런스 체크가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업계 종사자들은 개인적인 네트워크 등 여러 경로로 검증해볼 수는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의 경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유명 기업이 뛰어든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컴 사례 외에도 코스닥 상장사인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가 유통량 위반 등을 사유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일제히 상장폐지된 바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의 개발진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수이(SUI) 역시 유통량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규제 공백’을 지목했다. 어떠한 진입장벽도 없고 들어와서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보니, 범죄 악용 등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관련 사업자에 대한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자금세탁 방지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데다 디파이나 예치 등에는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사실상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금융사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은 기본적으로 가장 엄격한 수준의 신뢰가 요구되는 영역으로, 규제는 필연적인 것”이라며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의 과도한 규제는 물론 막아야 하지만,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필요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진흥을 위한 규제’라는 말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업권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대표적으로, 1단계 법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나 아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2단계 입법의 경우 논의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인지라 한동안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새롭게 출범할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웹3 시장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토큰증권이 개화하는 등 길고 길었던 크립토 윈터가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할 때일수록 매서웠던 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형성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제도권 편입이 이뤄져야 하며, 22대 국회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 취지가 연속성 있게 잘 계승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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