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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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오는 3월, 제약업계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온다. 이번 주총의 화두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곳도 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도 있다. 지배구조 변동에 따라 향후 기업의 사업 방향에도 영향이 있는 만큼 이번 주총의 의의라고 여겨진다.

제약업계 매출 1위 유한양행은 회장직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내달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유한양행은 회장,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회장직이 신설될 경우 창업주 고 유일한 초대회장, 연만희 회장에 이어 약 30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안건에 관한 우려가 있다. 그동안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두지 않았던 이유에는 한 사람에게 쏠리는 힘을 방지하고자하는 ‘견제’의 성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초대회장은 기업의 사유화가 아닌 사회 환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 창업주 정신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이정희 이사회 의장이 회장으로 거론돼 논란을 낳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한양행 측은 직급 유연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명을 내놨다. 회사 성장에 따라 규모에 걸맞는 직제 유연화, 외부인재 영입을 위한 손질이 필요했다는 것. 또 이정희 이사회 의장 선임 가능성에는 “본인이 인터뷰로 밝힌 바와 같이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다. 

OCI홀딩스와의 통합으로 오너 일가 사이 내홍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총도 문제다. 두 기업의 통합에 반대하는 창업주 고 김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자신들을 포함 총 6명이 새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주주 제안권을 행사하면서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이다. 

두 기업의 통합을 이끈 모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우호 지분은 약 27%, 반대 쪽인 두 형제의 우호지분은 약 28%로 추정되는 만큼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창업주 임성기 선대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회장이 약 12%, 국민연금 7%, 소액주주 21%의 지분을 가진 만큼 이들의 표심이 향후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대웅제약은 전승호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각자대표로 박성수 부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 퇴임 배경에는 대웅제약 특유의 임기 3년 중임제 DNA가 깔려있다. 대표의 가장 이상적인 임기가 최소 3년+알파(α)라는 것이다.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43세의 나이로 대표에 오르고 나서 대웅제약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전 대표 취임 첫 해 대웅제약은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전 대표의 활약은 분명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대웅제약의 주총은 내달 28일 열린다.

같은날 열리는 종근당 주총에선 임기 만료를 앞둔 김영주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오른다.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재선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 대표의 임기 9년 동안 종근당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고 지난해 노바티스에 자사 신약 후보물질 CKD-510의 기술수출 빅딜(약 1조7302억원)을 이룬 만큼 그의 4연임이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신약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거세져만 가고, 우리 업계도 미래 먹거리 개발에 목마른 상황이다. 주총장마다 충돌이나 음험한 힘겨루기 대신 화합과 묘수 찾기가 다수 나오면 좋겠다. 어서 내부 결속을 확인하고 밖으로 역량을 뻗어나갈 다짐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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