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의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

KT는 그동안 친정부 성향의 인사를 되풀이해온 관행을 벗어나 기업인 출신을 등용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황창규호(號)는 출항도 하기 전부터 온갖 구설에 휘말렸다.

일각에서는 KT부회장직에는 정부 인사가 임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등 친정부 인사 등용에 따른 비난을 막기 위해 황 내정자가 KT의 CEO로 선정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T의 수장은 황 내정자이지만 친정부 인사가 부회장 등 주요 임원에 임명될 경우 앞으로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무노조 삼성전자 출신인 황 내정자가 노동인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추후 KT와 삼성전자의 유착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황 내정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KT, 차기 회장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선임
KT가 내년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를 KT의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주주총회를 통해 황창규 내정자가 회장으로 정식 취임되면, 오는 2017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3년간 임기를이어가게 된다.

CEO 추천위는 16일“CEO 선정기준에 맞춰 통신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나갈 경영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황 전 사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EO 추천위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장관,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고문, 임주환 전 전자통신연구원(ETRI)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 4명에 대해 가나다순으로 면접을 실시해 황창규 전 사장을 내정했다.

황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전기과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시작으로 미국 인텔 자문을 맡기도 했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황 내정자는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직을 역임하는 등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직접 창조해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황 내정자는 2010년에는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단장을 맡았으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는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내정자는 대표 내정 직후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황 내정자는 19일 KT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외부 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며“KT의 방만경영을 끝마치고 KT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황 내정자가 이석채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임원들과 업무에 태만했던 임원들을 대상으로 보낸 경고의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현재 이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로 파악된 인물은 계열사를 포함한 180 여명 임원 중 20%인 36명이다.

시작부터 정부 인사 영입설?
이처럼 황 내정자는 낙하산 인사의 척결을 외쳤지만 KT 부회장직을 두고 전직 차관급 정부 인사가 인사를 조각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인 A씨는 이석채 전 회장이 출범한 직후 KT로부터 부적절한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로 황 내정자가 최고경영자로 결정된 이후 전현직 KT 인사들을 만나며 인사를 조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KT가 정권 교체시마다 친정부 인사를 등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CEO 자리에는 황 내정자와 같은 정부와 관계없는 사람을 뽑고, 그 밑에는 정부와 관련된 인물을 자리에 앉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일 A씨가 부회장직에 오를 경우, KT는 또 다시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내부와 외부에서 곱지 못한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노조’ 삼성 출신, 걸림돌로 작용

황 내정자의 삼성전자 출신 이력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참여연대와 KT새노조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KT회장추천위원회가 삼성 출신의 황창규 내정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삼성의 반사회적 경영이 재현돼 통신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후퇴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이들은 CP프로그램 논란 등 노동 문제가 매우 심각한 KT에 반노조 경영에 익숙한 삼성 출신 황 내정자의 등장으로 노동인권 침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17일 논평을 통해 “이석채 전 회장과 권력형 낙하산 인사들이 보여준 각종 그릇된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황 내정자의 노력이 곧 KT가 정상화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석채식 불법, 비리경영의 책임자들,정치 낙하산 인사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것이 쇄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심각한 KT의 노동인권 침해 문제, 각종 불공정행위와 횡포로 고통받아온 ‘을’피해자들과의 원만한 문제 해결 등이 조속히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황 내정자는 올 초에도 서울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이 반발해 무산된 바있다. 당시 서울대 학생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총책임자였던 황 내정자가 삼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방기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탄압하는 등 비윤리적인 경영방식을 채택했다는 이유로 임용을 반대했다.

KT-삼성전자 유착관계 우려
이번 인사가 앞으로 KT와 삼성전자와의 유착관계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경개연)는 18일 논평을 통해“황 내정자가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온 인물로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KT의 관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매우 밀접한 사업적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인 KT와 글로벌 단말기 제조사 삼성전자가 유착된다면 관련 산업분야의 건강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개연은 주장했다.

특히 경개연은 삼성전자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통신산업정책이 지나치게 제조사 위주로추진돼 우리나라 통신산업 발전에장애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황 후보자가 언론에서 자신을 삼성에서 떠난 사람이라며 삼성전자와 독립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재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유착관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와 관계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며, 향후 인사 및 전략 등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 출신이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새 CEO는 상처받고 사기가 저하된 직원들을 치유하고 응집시키고 보듬어 줘야 할 것”이라며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통신을 통해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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