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와 닭이 독감에 걸렸다는데...

전북 고창과 부안의 오리농장에서 H5N8형 AI(Avian Influenza)가 발병했다. 고창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가 조류독감의 매개체로 보도되었다.  조류독감의 발병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우려해 농장 오리의 대규모 살 처분이 시작되었다.  언론은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다는 것과 조류독감이 걸린 닭이나 오리를 먹더라도 익혀서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렸다.
 

조류독감이 한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화성의 한 종계장 닭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도는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농장과 이 농장에서 반경 3km 내 농장의 닭들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살 처분했다. 해당 농장은 철새 배설물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견된 시화호에서 남서쪽으로 15km 정도 떨어져 있고 당진에서 시화호로 이어지는 철새 이동 경로에 있었다.
 

닭은 오리보다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경남 밀양시 초동면의 토종닭 사육 농가에서 발생한 폐사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8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상남도는 해당 농장에서 키우는 닭 9천 400마리를 살 처분했다.
 

전북 임실군 청웅면의 오리농장도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확진됐다. 이 농장은 앞서 조류독감 판정을 받은 전남 해남의 씨오리 농가에서 어린 오리를 분양 받았었다. 전라북도는 이 농장의 오리 2만 7천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반경 3km 안에 있는 11개 양계농가가 키우는 닭 10만 마리의 살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 중이다.
 

부산 강서구, 충북 진천에서도 조류독감이 보고되었다.  독감에 걸려 죽는 닭과 오리에 관한 뉴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오리나 닭이 독감에 걸렸다는데 왜 사람이 난리인가?

조류 독감은?

조류 독감(bird flu) 또는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는 닭이나 오리 등 조류가 걸리는 전염성 독감이다. 모든 조류가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지만, 가창오리 등 철새는 조류독감을 옮기기만 하지 감염에는 저항력이 강하다. 독감을 옮기는 철새는 조류독감으로 죽지는 않는다. 반면 사육되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조류독감에 걸리면 가벼운 호흡기 증상으로 시작하여 대부분 급사한다.
 

조류독감은 감염된 조류의 분비물로부터 직접 혹은 분비물에 감염된 표면에 접촉하였을 경우 감염된다. 사람에게 전염은 감염 가금류 혹은 감염된 사물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기 중 전파도 가능하다고 본다.
 

모든 조류독감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독성과 DNA 구조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 비병원성으로 분류된다. 고병원성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이 75% 이상 죽으면 고병원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류독감의 증상은 감염된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체로 호흡기 증상과 설사, 급격한 산란율의 감소로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 볏 등 머리 부위에 청색증이 나타나고, 안면에 부종이 생기거나 깃털이 한 곳으로 모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조류독감은 조류와 돼지 이외의 종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간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인플루엔자는 종을 넘어 적응할 수 있다. 특히 H5N1이나 H7N9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 매우 위험하다.

언제부터 사람에 감염되었나?

1900년대초. 이탈리아에서 처음 보고된 조류독감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이 1919년까지 전 세계에 5억명이 감염되어 1억명이 사망했다. 세계 인구의 5%가 사망한 것이다. 스페인독감은 H5N1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것으로 80년이 지난 뒤에야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은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1983년. 벨기에·프랑스 등 유럽에서 다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1997년. 홍콩에서 고병원성인 H5N1이 18명의 사람에게 감염되어 6명이 사망했다. 감염자는 대부분 홍콩의 가금류 작업장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이었다.  2003년. 네덜란드 H7N9, 2004년 캐나다 H7N3이 추가적으로 발병하여 조류 인플루엔자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4년. 베트남에서는 조류독감으로 16명이 사망했다. 2009년. 조류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14,000명이 사망했다.
 

2013년 봄. 중국에서 사람에게 조류독감이 발병하기 시작했다. 감염자 대부분이 위중한 상태로 알려지면서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China Daily는 “이번 조류독감을 발생시킨 바이러스는 H7N9으로 130명이 감염되고 3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서 H7N9 조류독감에 6명이 새롭게 감염돼 그중 1명은 이미 사망했고 3명은 중태”라고 추가했다.
 

중국 보건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광범위한 역학조사에 돌입했고, 바이러스 유전서열 분석에 착수해 변이 과정과 발생 경로를 면밀히 추적했다. 중국과학원은 신종 AI가 우리나라 야생조류와 중국 오리의 바이러스가 조합돼 만들어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중국 신화 통신은 “지금은 전염이 억제되어 상해, 장수, 산동 등 전염병이 발생했던 대부분 주요 도시들과 동부 지역에 내려졌던 비상 바이러스 관리 조치가 해제되었다.”고 보도했다.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바다를 건너지 못한 것일까? 일본에는 조류독감에 대해 보도되는 기사가 없었다. 2014년 1월 3일. 캐나다 앨버타에서 북미지역 최초로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다시 발생했다. 사망자는 동료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났다가 앨버타로 돌아왔었다.

우리나라는 안전한가?

2014년 1월 18일. 우리나라 고창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H5N8형으로 사람에서는 아직 발병보고가 되지 않았다. 1996년, 2003년 12월 충청북도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저병원성으로 인체에는 감염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인체에서 발생하는 독감과는 다르다는 발표가 잇따랐다. 대한의사협회는 “고창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H5N8형으로 조류에게 발생하는 독감으로 사람에게 발생하는 독감(H1N1, H1N2, H7N9)과는 다르다"며 "다만 현재 중국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H7N9형 독감이 발생된 만큼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라 하더라도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AI바이러스는 죽기 때문에 충분히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가 있으므로 지역 간 이동시 주의를 요한다."고 발표했다.


조류독감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AI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돌연변이를 일으켜 변종 바이러스가 되어야 하는데. 사람과 사람간의 전파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로는 없다. AI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잘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AI에 감염된 조류와 접촉하더라도 쉽게 감염되진 않는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AI는 사람이 조류의 분비물을 직접 만지는 경우에 주로 발병하기에 최선의 예방책은 무엇보다 살아 있는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조류독감의 치료제는 없다. 실험실 실험결과, 타미플루를 AI인체 감염자에게 약 5일간 투여하면 증상을 약화시키고 회복을 돕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는 2010년 11월 조류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려고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을 출범시키고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제, 치료제, 백신의 연구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도 H7N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시험 단계이다.

조류독감의 경제적 손실은?

중국의 H7N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발생으로, 중국 언론은 가금류 가격, 무역, 소비자 신뢰 등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으로 발생한 세계경제 손실을 65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은행 조류독감 대책위원회의 짐 아담스 위원은, 조류독감의 인체감염이 만연되면 세계의 GDP가 3퍼센트 이상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적 경제손실이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 국가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1개국에 대한 조류독감 예방퇴치 자금으로 1억5천만 달러를 책정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와 유럽에 퍼지고 있는 조류독감이 사람 간 전염병으로 발전할 경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적 손실은 최소한 900억달러(95조2천381억원) 이상이라 추산했다. "사망과 업무 불능으로 인한 근로자 손실비도 추가로 150억달러에 달하며 특히 조류독감이 심각해지면 전 세계 경기후퇴를 초래해 아태지역에 2천500억-2천9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ADB는 조류독감이 인체 전염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조류독감 확산을 근절토록 하기 위해 5천800만달러(613억7천566억원)의 보조금을 분배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의 각종 전염병 통제를 위해 3천만달러를 배분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과 상의해 조류독감 방지용으로 2천800만달러를 사용한다.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감염국의 소비지출 감소, 해외 전시회 및 수출 상담회 취소, 외국인 출입 통제 등 무역활동은 위축될 것이다.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KDI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경제 성장률은 0.6-0.8%p 하락한다고 보았다. 산업별로는 항공, 여행, 육류 관련 산업, 해운, 물류 등과 주요 수출 품목인 전자, 자동차 등이다.
 

 익재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소장 오익재(ukclab@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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