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수사과장의 진술 신빙성 인정 못해”

▲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 국가정보원 정치·대선개입 사건의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야당은 즉각적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민주주의 타살” “2월 6일 사법부 타살”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법부를 맹비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6일 공직선거법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국정원 사건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인 권 전 과장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나거나 당시 상황에 비춰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서 "오히려 권 전 과장을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모두 김 전 청장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일치되고 상호 모순이 없는 진술을 하고 있고, 이 진술은 객관적 자료의 내용과도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검색 축소지시에 대해서도 김 전 청장이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분석 과정은 영상녹화하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서울청 분석팀이 분석 범위를 제한한 것은 임의로 제출된 노트북과 컴퓨터를 적법하게 분석하기 위해 임의제출자의 의사를 고려한 자체적인 결정"이라며 "이 결정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김 전 청장의 지시에 의해 '분석 범위 제한 논리'가 개발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청장은 분석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분석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과 수서서 직원을 참여시키도록 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결과 허위 발표와 관련, "분석 결과물이 수사팀에 다소 늦게 반환된 것은 맞지만 분석관들이 분석 종료 직후 기자간담회 등 후속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지연 사유에 충분히 수긍할만한 점이 있다"며 "반환 업무는 통상 상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는 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청장은 이같은 사정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장이 50여분 가까이 판결요지를 설명한 후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은 짧은 탄식 소리, 박수 소리 등이 뒤섞이며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김 전 청장은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경찰가족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짧게 무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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