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경영상 필요성‧해고회피노력 없었다"

▲ 지난해 6월 22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회원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당시 사측으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5년 만에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7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노모씨 등 15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로써 해고자들은 회사에 복직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사측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거나 '해고 회피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재무건전성 위기 상황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을 일정부분 했다고는 보이지만, 더 많이 노력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원삭감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보고서에는 신차종의 미래현금흐름이 전부 누락되고 구 차종 판매량이 과소하게 계상돼 '2008년 유형자산손상차손이 부풀려 계산된 점을 지적했다.

또 "사측이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해고회피를 위해 일정한 노력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쌍용차가 정리해고 당시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노력을 할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쌍용차는 2008년 자동차 판매부진과 국내외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듬해 2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두 달 뒤 총인원의 36%에 달하는 2646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는 등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직장폐쇄로 버텼다. 결국 1666명이 희망퇴직하고 나머지 980명은 정리해고 됐다.

노사는 극심한 대립을 벌이다 같은해 8월 노사합의를 통해 정리해고된 980명 중 459명은 무급휴직으로, 353명은 희망퇴직으로, 3명은 영업직 전환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

이를 전후로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 복직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심근경색 등의 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사측과 대립한 165명 중 153명은 2010년 "사측의 정리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소를 제기했다.

이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금융위기 등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회생절차를 밟게 된 만큼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판결을 마친 조 부장판사는 "재판은 승패를 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 사건으로) 우리 각자의 몫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절차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만 남아있는데 마지막 인내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한편 쌍용차는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내비췄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