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새벽』30년, 박노해가 돌아오다

   
 
   
 

『노동의새벽』의 시인으로 80년대 민주투사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던 박노해가 새로운 시대정신과 삶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진전으로 돌아왔다.

분단 한국에서 절대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천명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결성을 주도해 참혹한 고문 끝에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수가 된 날, 박노해는 “실패한 혁명가로서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는 정직한 자기성찰과 함께 지구시대의 인간 해방을 향한 새로운 사상과 실천에 대해 고뇌했다.

그리고 7여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스스로를 이 체제의 경계 밖으로 추방시켜 ‘지구시대 유랑자’로 이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었다. 그 속에서 유랑자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진실, 목숨 걸고 참구해온 새로운 사유를 사진과 글에 담아왔다.

2014년, 마침내 박노해는 사진전 <다른길>을 통해 긴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발언을 시작한다.

수배∙감옥 15년, 지구시대 유랑길 15년 동안 박노해가 길어 올린 사상이 응축된 ‘사진전 이상의 사진전’이다.

오는 3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은 지난 3년간 박노해 시인이 아시아 전역에서 촬영한 7만컷의 흑백필름 사진 중 엄선된 1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 작품은 인류 정신의 지붕인 땅 티베트에서부터 예전 천국의 땅이 지금은 지옥의 땅으로 불리는 파키스탄을 거쳐 극단의 두 얼굴을 지닌 인디아, 버마, 라오스, 인도네시아까지 총 6개국의 토박이의 삶과 일상과 대지의 노동을 담은 정통 흑백 아날로그 인화 사진들이다.

박노해는 아시아를 ‘좋은 삶의 원형’이자‘희망의 종자’가 남겨진 땅임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한다. 그는“사진전은 정직한 절망에서 길어 올린 희망 찾기의 몸부림이자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관객은 사진전의 제목 <다른 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노해가 목도한 지금 시대는‘정점이 달한 시
대’다. 정점의 갈림길에서 박노해가 제안하는‘다른 길’은 무엇일까?

박노해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며 사는 것, 대지에 뿌리박고 자급자족하는 좋은 삶을 사는 것, 우애와 아름다움을 누리며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것이 ‘삶의 근원적독점’하에서 최고의 실천이고 삶의 정치이며 사회적 행위임을 강조한다. 이 좋은 삶의 ‘내용’이 있어야 그것을 담아내고 기르는 ‘양식’인 사회체제와 정책과 제도,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삶의 목적인 삶 그 자체로 시작하여 사회와 세계를 돌아 나와 다시 삶으로 귀향할 것이다. 이번 <다른 길> 사진전은 지구시대 우리 심연의 여행이고, 자기자신을 향한 순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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