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하는 조백상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서류 3건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소속 담당 영사 관여했고, 서류 2건은 중국 허룽시 측을 통해 입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이 관여해 증거조작을 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출입경기록 조작” VS “中영사부-민변 커넥션”

21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조백상 선양 총영사를 상대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소속 직원으로 외교부에 파견돼 선양 영사로 재직 중인 이인철 영사가 간첩 피고인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을 조작했다는 정황을 집중 추궁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오히려 중국영사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해 증거조작 의혹을 두고 여야 간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외교부가 총영사관으로부터 받은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는 이인철 영사가 받았다. 이 영사는 누구로부터 받았는가”라고 질의한 뒤 “그 내용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와 동일한가. 중국대사관이 그 문서에 대해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나”라고 추궁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 입수 경위에 대해 “이 영사가 허룽시 공안국 직원과 접촉했냐”라는 질의에 “그렇진 않다”고 조 총영사가 답변하자 “이 문서는 중국정부 문서가 아니고 이 영사가 작성한 문건이네요”라고 지적했다.

조 총영사는 출입경기록을 제외한 나머지 2건의 문건에 대해서는 “유관 정부기관이 획득한 문서의 내용이 중문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 영사가 내용의 여지를 번역하고 사실에 틀림없다는 걸 확인한 개인문서”라며 “영사로서 번역했기 때문에 그에 공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의원도 “(허룽시에) 가지도 않고 문서를 만들어낸 건데 그렇게 허룽시 문건을 발급받아 공증할 수 있냐”며 “대사관이 인정했으니 허룽시 공안파트 이름으로 만든 그 문서는 위조라는 건데 그 위조를 허룽시가 했거나 이 영사가 했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정청래 의원은 “허룽시 공안 담당자가 자신은 ‘이인철 영사가 발급한 문서를 발급할 권한도 없고 발급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럼 이 영사가 조작한 것 아닌가”라고 물은 뒤 “중국 공안 담당자들이 실제 도장은 한글과 한문이 병행 표기된다고 확인했다. 이 영사가 찍은 것은 위조도장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 주체가 중국정부가 아닌 중국대사관이라며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가 민변과 커넥션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민변이 검찰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여부를 따져보겠다면 중국정부에 문의해야 하는데 왜 중국 영사부에 문의했냐”며 “공문을 재판부가 아닌 민변에 보낸 것은 비정상적인 공문처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공식적으로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뭘 얻었다면 중국입장에서는 방첩사건”이라며 “위조라는 답변이 중국대사관의 이야기지 중국정부가 입장을 말했나”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말하는 위조라는 이야기는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내용은 진실인데 정상루트가 아닌 비정상 루트로 받았다는 것”이라며 “비정상 루트로 준 하급관리가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중국이 이런 식으로 나온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황진하 의원은 “우리 정보기관이나 공안기관에서 검찰조사에 대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며 “정치권에서 자꾸 논란을 벌이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나 생각해보면 수사결과 나오고 발표된 다음 논란하는 게 낫겠다”라고 말했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자료 ⓒ뉴시스

이인철 국정원 소속 영사, 사건 핵심으로 떠올라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한 조 총영사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팀원인 이 영사는 지난해 8월 하반기 주선양 총영사관에 부임해 중국 연변지역의 교민업무를 담당했다.

이 시기는 유우성 씨에 대한 1심 선고가 난 시점과 겹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해 8월 22일 유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선고 한 바 있다.

특히 이 영사는 중국 측이 ‘위조’라고 밝힌 문서 3건의 발급에 모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문서는 허룽시공안국 명의의 유씨에 대한 출입경기록(1번 문서), 허룽시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 확인서(2번 문서), 삼합변방검사창의 상황설명에 대한 조사 분석서(3번 문서) 등이다.

검찰은 그간 2번 문서는 외교부를 통해 전달받았고, 1번과 3번 문서는 국정원을 통해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영사는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한 유씨에 대한 출입경 기록에 관한 사실을 발급한 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한 문서(2번 문서)를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 받았고, 조 총영사는 이 영사가 문서를 받은 사실은 수령문서 대장에 기록돼 있고 사본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총영사는 1번과 3번 문서가 허룽시 공무원과 직접 접촉하거나 전화하지 않고 받은 문서로 “이 영사의 개인문서”라고 밝혀 결국 검찰은 이들 문서가 어떠한 경위로 작성됐는지 규명해야 할 상황이다.

   
▲ 사실 조회 회신 원본 ⓒ참여연대

민변 “국정원·검찰, 증거조작에 깊숙이 개입”

민변은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유우성씨에 대한 1심 무죄를 뒤집자고 항소심에 제출한 출입경 기록이 위조된 것임이 중국대사관에 의해 확인됐다”며 “조작사건을 유죄로 받아내고자 허위의 중국국가문서를 법원에 제출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검찰은 변호인이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하면 그 여부를 검토해야 해야 하지만 또다시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며 변호인의 주장을 공박했다”며 “국정원 뿐만 아니라 검찰도 증거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특검을 설치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 김진태 검찰총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씨는 지난 2004년 탈북한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유씨는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위반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