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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G 심포지엄서 참석자 신분 뻥튀기해 소개
- 행사 담당 직원 경징계 받아
- 삼척 시의원 “시장도 가짜인 것 알고 있었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강원도 삼척시가 ‘2013 삼척 세계 GAS 에너지 및 PNG 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에서 가짜 러시아 차관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김대수 삼척시장도 가짜 차관임을 알고도 행사를 진행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삼척시 등에 따르면, 삼척시(시장 김대수)는 삼척 팰리스 호텔에서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은 남한과 북한, 러시아 PNG 건설사업의 범국민적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개최됐다.

PNG(Pipe-line Natural Gas,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건설 사업은 러시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연결, 북한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시몬 다닐로프 러시아 연방정부 에너지부 차관과 러시아연방 국회 하원 에너지위원회 예까째리나 구세바 전문위원, 미국 오번 대학교 로이릭커스 쿡 부총장 등이 자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고 당시 삼척시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삼척시 보도자료와 영상을 통해 홍보됐으며, 각종 일간지와 방송에서도 연이어 보도했다.

하지만 삼척시는 심포지엄 초청자 주요 인물의 직책과 신원을 속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망신을 사고 있다. 당초 참석하기로한 러시아 차관이 불참하게 되자 대신 참석한 과장급 인사를 차관이라고 속여 소개한 것.

안전행정부 감사결과 삼척시 기업투자기원 박모(6급)계장은 삼척시와 강원대학교에 보조금 4억5000만원을 지원해 심포지엄을 추진하고 시장결제로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인 알렉산더 노박과 가르프롬의 메드베데프 부회장, 로스네프트의 이고르세친 회장, 노바텍의 레오니드 미헬손, 하원의회의 이반 그라쵸브 원장 등 중앙부처 장관과 회사 CEO를 심포지엄의 행사의 VIP로 결정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항공료를 B/C(비즈니스)로 해서 초청하고 나머지는 항공료를 E/C(이코노믹)으로 한다는 보조금 사업계획서를 받아 승인했다.

하지만 이들이 행사당일 전원참석하지 못하자 이를 대신해 회사 과장급인 시몬 다닐로프와 대체에너지 연구소 빅토르 필라토프 과장, 러시아 에너지분과위원회 예까제리나 구세바 자문위원, 울라 에너지회사의 산드로 파블로프 등 4명이 대신 참석하게 됐고 VIP가 아님에도 B/C로 항공료를 지급해 1600여만원의 예산이 낭비되도록 했다.

또한 VIP를 대상으로 동해안 에너지단지(신발전촉진지역)와 알펜시아 등 개발지구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현지시찰을 목적으로 체결한 헬기 임차계약을 제때 취소하지 않아 43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심포지엄 행사와 관련해 행사 VIP인 러시아 연방 에너지부 차관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연락받았음에도 상급자인 시장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안행부는 판단했다.

결국 주요 신문과 방송에는 “시몬 다닐로프 러시아 연방 에너지부 차관이 참석했다”는 허위 내용이 보도되도록 유도해 삼척시의 행정 신뢰와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안행부는 감사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삼척시가 이처럼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라고 소개했던 ‘시몬 다닐로프’는 원래 에너지 예측기구 민간회사 과장급 인사였던 것이다.

이 같은 삼척시의 사기극에 안행부는 해당 담당자에 대해 경징계인 행정상 주의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 차관 말고 신분 속인 사람 또 있다?
이광우 시의원 “이미 시장도 알고 속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오번대학교 부총장으로 소개된 ‘로이릭커스 쿡’ 역시 오번대학교 부처장급(우리나라로 치면 대외협력처에 해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척시 의회 이광우 시의원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부총장으로 소개된 로이릭커스 쿡도 가짜 러시아 차관처럼 부총장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외협력처라는 부서의 부처장급이다”라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안행부가 감사결과를 발표한 내용처럼 해당 사실을 박 계장만이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장 역시 가짜 차관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사실은 삼척시장도 알고 있었다.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불참한다는 보고를 받은 삼척시장은 담당자에게 ‘차관으로 소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삼척시가 이처럼 초청자들의 직책을 속이면서까지 행사를 진행한 이유는 삼척시의 PNG터미널 유치 노력을 대내외에 널리 홍보하기 위함이라고 이 의원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의 에너지 보유국인 러시아의 에너지부 차관을 활용한 것이다.

이 의원은 “행사를 사전에 사람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자신의 공약을 완성시키기 위한 치적 쌓기에 열중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본지>는 관련 내용에 관한 삼척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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