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C암장 전경

황금연휴가 시작된 5월 3일, 호암산과 삼성산에서 짧은 산행과 BAC암장을 즐겼다.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2호선 신림역 5번 출구에서 지인들과 만나기로 했다. 신림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버스 정거장이 2개가 있다. 출구에서 조금 먼 쪽 정거장에 우리 일행의 하차지점인 난곡입구까지 가는 버스가 정차한다.

버스로 대략 20여분 후 하차해 언덕길을 오르면 우측으로 삼성산 초입이 나온다. 오늘의 등산코스는 난곡입구➜헬기장➜호압사➜국기봉➜석수역방향➜석구상➜한우물터➜BAC암장 순이다. 난곡입구에서 BAC암장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소요된다.

▲ 호압사

헬기장을 지나면 호압사가 나오는데 절 이름이 특이하다. 호압사는 금천구의 유일한 전통사찰로 조선 태조시대에 지어진 사찰이다. 태조가 왕사인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도읍을 한양으로 정하고 궁궐을 짓는 과정에서 태조의 꿈에 반은 호랑이, 반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고 한다. 침통한 마음으로 태조가 침실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한양은 비할 데 없이 좋은 도읍지로다”라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한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호랑이 머리형상의 산봉우리가 한양 쪽을 굽어보고 있었다고 한다. 꿈에서 깬 태조는 무학대사를 불러 꿈의 내용을 전했고 무학대사는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암산에 호압사(虎壓寺)를 창건하게 된다. 현재 호압사에는 문화재8호인 석약사여래좌상이 있고, 도량에 있는 수령이 500년 넘는 두 그루의 보호수는 호압사의 역사를 입증하는 자료라고 한다. 

   
▲ 삼성산 석구상

호압사를 지나면 호암산 정산으로 가는 길과 삼성산 둘레 길로 가는 두 가지 길로 나뉘는데 일행은 호암산 정상 쪽으로 향했다. 지난 밤 숙취 때문인지 가파른 오르막길이 힘에 부친다. 호암산을 올라 금천구와 광명시를 조망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석수역으로 방향을 튼다. 석수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석구상’이 있다. 이름으로 보면 돌로 만든 견공상인데 모양을 보면 영락없는 살찐 쥐 모양이다. 이 석구상은 관악산에도 있는데 특이하게도 두 석구상 모두 서울의 광화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한때는 해태상으로 잘못 전해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광화문 해태상과 마주 보게 하여 관악산의 화기(火氣)로부터 서울을 지키는 해태상으로 여기기도 했는데, 한우물을 발굴조사하면서 '석구지(石狗池)'라 새겨진 장대석(長臺石)이 출토됐고, 시흥읍지 형승조(始興邑誌 形勝條)에는 '호암산 남쪽에 석견(石犬) 4두(四頭)를 묻어 개와 가깝게 하고자 했으며 지금 현남7리(縣南七里, 시흥동)에 사견우(四犬偶, 개의 형상 4개)가 있다'란 기록이 있어 해태상이 아닌 석구상으로 크게 무게가 쏠리고 있다. 석구상을 지나면 한 우물터가 나오는데, 호암산 남쪽 봉우리 서쪽에는 호암산의 또 다른 상징물인 한우물이 누워있다. 여기서 한우물은 큰 우물이란 뜻으로 산 정상부에 이런 거대한 못이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천하가 훤히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해 있어 하늘의 우물인 천정(天井)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이곳에 물을 대줄 마땅한 수원(水源)도 없다고 하는데 늘 물이 풍부하다. 어디서 그 많은 물이 나오는 것인지... 특히 가뭄 때도 물이 가득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 한우물터

한우물터를 지나 우리의 목적지인 삼성산 BAC암장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암벽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볶은 오리고기, 쌈채소, 쌈장 등 준비한 음식들이 풍성하다.

▲ BAC암장 체험

식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한 뒤 장비(안전벨트, 암벽화, 확보줄, 잠금비너 등)를 착용했다. BAC암장은 <클럽 바위모임>이 2005년 5월~2006년 11월에 개척한 곳이다. 암장 위 테라스는 안양 일원과 금천구, 광명시, 서해안고속도, 그리고 멀리 오이도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조망이 좋은 곳으로 야간에 보는 야경이 멋진 곳이다. 바위는 변성 화강암으로 페이스, 오버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가 6m에서 최대 15m로 손가락 끝의 힘과 밸런스를 필요로 한다. 각도는 평균 80도에서 120도까지 나오며 어느 암장에 뒤질 것이 없을 정도이다. 암장 이름은 Bawimoim Alpine Club 영문의 앞 글자를 따서 BAC암장이라 명명했다. 각 루트는 정해진 라인을 따라 올라야 한다. 옆 라인을 이용하여 오르면 안 된다. 바위를 마주보고 있을 때 좌측이 1번으로 시작하는 총 19개의 길(라인)이 나 있는 삼성산 병풍바위는 페이스, 오버로서 큰 홀드보다는 미세한 홀드로 손가락 끝의 힘과 밸런스를 요구한다.

▲ 삼성산에서 바라본 시흥과 광명시 전경

오후 1시부터 시작한 암벽연습은 6시 가까이까지 진행됐다. 장비를 챙기고 산을 내려오면서 다음에 더 열심히 해서 모든 코스를 갈수 있는 체력과 기술을 키우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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