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SDS 상장 차익, 1조원 넘어
‘장자 몰아주기’ 위한 ‘실탄’ 준비(?)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삼성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가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삼성SDS는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내 상장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SDS, 연내 상장 추진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 도약 내세워

삼성SDS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상장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삼성SDS 측은 설명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국내 공공시장과 대외 금융IT시장 철수를 선언한 후, 해외물류 IT, 모바일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삼성SDS가 속해 있는 ICT서비스 시장은 국내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국내 성장이 위협받고 있어 빅데이터, IoT 등 신기술 출현, IBM, 액센츄어와 같은 기존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과감한 혁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에 삼성SDS는 글로벌 사업구조로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신성장 영역에서 글로벌 기술과 인력 확보, 최첨단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충,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사업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으로 보고있다. 

최근 미국의 페이스북, 트위터, 중국의 웨이보 등 IT기업들 역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 및 자본조달의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삼성SDS는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자본 확충과 글로벌 사업 제휴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장을 통해 이러한 체질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ICT 솔루션·서비스 시장은 1조9000억 달러 규모로, 반도체 등 IT 소재부품 시장 대비 4.1배, 스마트기기, 서버 등 IT 세트 시장 대비 1.8배에 달하며 부가가치와 성장성도 매우 높다.

삼성SDS는 이러한 글로벌 ICT 솔루션·서비스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 또 하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부회장 후계구도 본격화?
삼성SDS 상장의 핵심은 ‘장자 몰아주기’

이처럼 삼성SDS가 연내 상장 추진을 결정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영향이 미칠 삼성그룹의 후계구도가 주목되고 있다.

표면상의 이유는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이지만 실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밑그림이 한층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SDS의 상장 여부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중요한 ‘열쇠’로 인식돼 왔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맞춰 그룹 경영권을 이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해줄 ‘황금거위’가 바로 삼성SDS라는 것이다.

비상장기업인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하게 될 경우 주식가치가 급등하게 되면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상속세를 위한 자금 확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의 주식 자산에 따른 상속세만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SDS다. 이중 삼성SDS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22.58%, 삼성물산이 17.0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3%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각각 3.9%씩, 이건희 회장은 0.01%를 갖고 있다.

삼성SDS(액면가 500원)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장외 거래가격 14만9500원, 기업가치는 10조80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상장과 동시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18위인 LG전자(10조9644억원)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소 1조20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최소 50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SDS 상장의 핵심은 ‘장자 몰아주기’로 보고 있다. 삼성 오너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는 에버랜드와 함께 삼성SDS가 유일한 점과 삼성SDS가 순환출자구조의 중요한 고리가 아님에도 그동안 몸집을 불려온 것은 승계 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NS를 흡수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 지분을 늘린 반면,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각각 4.18%에서 3.90%로 내려간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SDS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분 늘리기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점에 서있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 삼성SDS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는 3세 경영의 신뢰성이 뒷받침 돼야하므로 신수종 사업에서는 2차 전지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현재 3세들이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있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승계를 위한 후속 작업으로 삼성생명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 핵심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주식 20% 가량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 여전히 계속
‘삼성SDS BW발행 사건’ 회자
법률적 판단은 종결…사회적 논란은 진행 중
“과거 멍에에 따른 미래 책임 잊지 말아야”

한편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이 부회장이 과거 삼성SDS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BW 저가 발행 등 문제가 있었던 만큼 과거의 멍에에 따른 미래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개연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삼성SDS의 BW 발행 사건은 삼성에버랜드 CB 발행 사건과 함께 삼성그룹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논란의 핵심에 있었다”며 “비록 2009년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선고(이건희 회장 등 배임 및 조세포탈 유죄 확정)에 따라 사법적 판단은 마무리됐으나 사회적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SDS는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1999년 2월 신주인수가격을 7150원의 저가로 BW를 발행해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에게 제3자 배정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고 이에 이건희 회장 등 당시 BW저가발행을 주도한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특경가법상 배임 및 조세포탈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경개연은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이 얻게 된 천문학적 액수의 이득과 관련하여 사회적 승인을 얻는 과정은 여전히 미래의 문제로 남아 있다”며 “삼성그룹과 총수일가가 응분의 책임을 지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삼성그룹의 계열사 지분정리 과정을 근거로 추측해보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중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물산과 삼성전기 보유지분을 상장시점에서 구주매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일정 시간이 흐른 후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을 삼성전자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것으로 경개연은 예상했다.

경개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지분을 취득한 삼성SDS는 이후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급격히 성장했지만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9.06%이기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은 아니다”면서 “지난해 말 삼성SDS와 합병한 삼성SNS(구 서울통신기술)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45.69%로 당초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었으나(삼성SDS 총수일가 지분율은 17.18%),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삼성SDS의 상장은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 없이 계열사 지분 및 총수일가의 지분을 정리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삼성SDS가 상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상장차익을 실현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의 법률적 장애는 없다.

경개연은 “삼성SDS가 상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상장차익을 실현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의 법률적 장애는 없지만 삼성SDS의 과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미래의 문제다. 즉, 삼성그룹이 한국사회에서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존재임을,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은둔의 제왕’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보여주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며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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