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발자의 울부짖음… 현대글로비스 측 "이미 법 판결받아… 특허침해 아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정몽구 회장님! 내 특허로 아드님이 중고차 장사해서 떼돈 벌고 있는 거 아시죠?”

한 중고경매사이트 운영자가 현대글로비스에 자신의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야침차게 준비했던 인터넷 중고경매 사업. 하지만 사업 아이템은 남의 배만 불렸고 자신에게 쓰디 쓴 시련을 안겼다고 주장하며 대기업과 수년 째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인터넷 중고품 경매사이트 ‘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조보현(45) 씨다.

조 씨는 2008년 5월 ‘중개센터를 이용한 인터넷 경매방법’ 특허를 획득했다. 그의 특허는 여러 중고품을 오프라인 중개센터에서 감정한 후 상품을 온라인 경매사이트에 올려 거래를 주선하는 서비스다. 이는 중고품을 중개센터에서 감정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물건을 믿고 살 수 있어 업계로부터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특허를 받은 뿌듯함은 특허를 빼앗긴 허탈함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11년 11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온라인 경매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조 씨와 현대글로비스의 갈등은 시작됐다. 이후 조 씨는 현대글로비스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그는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조 씨는 “당초 우리 측 변리사는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현대글로비스 측 대리인은 특허 출신의 변리사, 특허법원 판사출신이었다. 전관예우로 인해 재판이 현대글로비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패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달 넘게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조 씨는 땀을 비오듯 흘리며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기는 푯말을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오후 3시 무렵이 되자 그는 조용히 시위를 마무리했다. <투데이신문>은 조보현 씨를 만나 특허를 둘러싼 현대글로비스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보현 “SK엔카에 이어 현대글로비스까지 내 특허를 탈취했다”

조 씨는 2008년 5월에 ‘중개센터를 이용한 인터넷 경매방법’으로 특허를 획득했고 이후 2009년에 기술보증기금 ‘신기술 창업자’로 선정돼 보증지원금 1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지원금으로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해당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홍보했다. 이 때만 해도 조 씨의 앞날은 핑크빛으로 보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가 대기업들이 자신의 특허를 ‘베끼는 일’에 일조한 셈이 됐다고 조 씨는 주장했다. 점점 그의 특허를 모방한 서비스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경매관련 특허를 신청해 2007년부터 오픈 경매마켓을 운영해왔는데 SK엔카에서 조 씨의 특허와 거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과거 조 씨는 2007년도에 SK엔카가 경매를 시작하자 서비스센터가 전국에 산재해있으니 자신의 특허 내용대로 사업을 진행해보자고 SK엔카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SK엔카 측은 거절했다. 이후 2010년, 조 씨는 SK엔카가 48시간 경매 등 자신의 특허와 매우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발견했고 바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처분을 받은 다음날 SK엔카는 관련 서비스를 폐지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SK엔카는 처음부터 무대응이었다”며 “특허침해를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에 서비스를 내렸을(중단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엔 현대글로비스였다. 현대글로비스는 2011년 11월 중고차 온라인 경매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역시 조 씨의 특허와 거의 유사한 서비스였다. 억울함을 느낀 그는 2012년, 특허청 산하 공익변리사 특허상담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특허상담센터는 특허권 관련 소송을 지원하는데 변리사 3명 중 2명이 합의하면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해당 특허소송의 경우, 변리사 3명이 모두 ‘특허침해’라고 판단했으며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에 조 씨는 특허상담센터의 지원을 받아 변리사와 함께 현대글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

   
 

재판부, 6개 요소 특허침해 해당… 하지만 ‘서버위치’ 이유로 현대 측 승소

1‧2심 재판부는 인터넷 경매시스템이 홈페이지 운영방식을 비롯해 낙찰대금 입금 방식 등 6개 구성요소 ▲판매물품 등록과정 ▲중개센터 선정 후 등록된 물품의 검증 단계 ▲중개센터에서 검증 후 중개상품으로 등록하는 단계 ▲서버에서 경매진행하는 단계 ▲결제정보저장 단계 ▲수수료 공제 후 대금이체 등 6개 모두 조 씨의 특허와 같다고 판단했지만 ‘운영서버 위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1심을 맡은 특허 심판원과 2심을 담당한 특허법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조 씨는 “통상적으로 특허 6개 구성요소가 모두 같으면 특허침해라고 본다”며 “단지 서버 위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은 현실과의 괴리가 큰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운영 체제가 같기 때문에 (특허소송과 관련해) 서버의 위치를 따지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 씨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측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판결을 일주일 앞두고 판결일을 연장시켰다. 또한 특허심판에서 현대글로비스 대리인이 3명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한 명은 특허 심판관 출신의 변리사, 특허법원 판사출신 변호사였다며 전관예우가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 씨는 올바른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조 씨의 대리인은 2013년 7월 11일, 전자소송을 진행했는데 인터넷 접속 장애로 15분정도 초과해 서류를 제출했다. 전자소송인지라 종종 서버지연이 발생해 법원에서는 통상적으로 12시 30분까지는 서류를 받아준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이유서를 늦게 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미 조 씨는 대법원에서 받은 상고이유서를 현대글로비스 측에 전달했고 현대글로비스에서 낸 답변서도 조 씨에게 전달되는 등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 대법원은 “상고이유서를 늦게 냈다는 이유로 기각처리 하는 것은 적법한 조치”라고 밝힐 뿐이었다.

상고이유서를 늦게 낸 이유를 묻자 조 씨는 “업무량이 많아 정리가 늦게 되기도 했고 또 전자소송이다 보니 인터넷 접속 장애가 종종 발생한다”며 “전자소송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인정해주지 않아 재판을 하지 못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나같은 개인이 저렇게 큰 회사(현대글로비스)와 상대한다는 게 참 힘들다”며 “대법원에서 제대로 심판받지 못해 황당하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 리마트 대표 조보현 (사진제공= 조보현)

현대글로비스 “패소했으니 312만원 달라”… 조보현 “돈 줄 의무있지만 너무해”

지난 2013년 10월 28일, 현대글로비스 측은 특허소송에서 패소한 조 씨에게 312만여 원의 소송비용을 받고자 특허심판원에 신청했다. 물론 소송비용은 패소한 쪽이 일부 부담한다는 민사소송법의 원칙이 있지만 그는 당황스러웠다.

조 씨는 “물론 졌기 때문에 소송비 일부 지불에 대한 의무는 있다. 하지만 내게 돈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사업에 대해 협력하자고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냐”며 “속되게 표현해서 못 일어나게 짓밟아버리겠다는 의미밖에 더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바라는 것은 특허를 침해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특허 사용에 대해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현대글로비스 측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조 씨는 “아내는 이 싸움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결정권을 가진 사람인 정몽구 회장과 협상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조 씨는 “정몽구 회장님하고 특허침해에 대해 협상하기 전까지는 시위를 계속 할 것”이라며 “일단 면담을 하게 된다면 결과가 어찌 되든 물러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조 씨의 특허침해 소송을 담당했던 변리사 A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것은 ‘중개센터’ 부분이었다”며 “조보현 씨 특허를 보면 중앙에 인터넷 경매가 있고 중개센터가 다수 있다. 그런데 현대글로비스는 중개센터를 자신들이 갖고 있고 경매장 내에 품질관리를 하면서 가격을 결정해 경매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즉, 조 씨의 특허는 중개센터와 경매자가 동일인이 아닌 것으로 돼 있고 이에 심판부는 별도로 중개센터를 모집해 실시하는 경우에만 특허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물론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이 (대원칙이기에) 맞긴 하겠지만 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쓴 법리를 보면 여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법리 해석이 달라 저희 주장이 안 받아들여졌고 법리상으로 아직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조 씨는 지난 2일 현대글로비스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현대글로비스에서 (나에게) 1인 시위를 지속한다면 경찰에 고소하거나 법원에 1인 시위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길마저 막힐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글로비스 “이미 법 판결 받아… 특허침해 아냐”

현대글로비스 측은 이미 법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글로비스 홍보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1·2심에서 (조보현 씨가) 패소한 사건이고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사안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며 “구성요소 완비법칙에 따르면 특허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특허 요소를 모두 침해해야 한다. 단 하나라도 포함되지 않는다면 특허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나와있다”고 말했다.

특허소송과 관련,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몽구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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