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내골의 아픈 역사, 하늘억새평원서 날려 보내다

▲ 가지산 쌀바위

간만에 내린 비가 대지를 적신다. 비가 온 후 산에 오르면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등 그 향이 더 진해진다. 지난 6월초 징검다리 연휴에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가지산을 다녀왔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이상의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영남알프스 지도

울산은 울주군 상북면ㆍ삼남면에 밀양은 산내면ㆍ단장면에 양산은 하북면ㆍ원동면에 청도는 운문면에 경주는 산내면에 걸쳐 있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의 7개산을 지칭하나, 운문산(1,195m), 문복산(1,015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 중에서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천황산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영남알프스는 전체면적이 약255㎢이며, 가을이면 곳곳의 황금억새평원에 나부끼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라 전국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행코스이다. 영남알프스에는 1979년 자연공원법에 의하여 가지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공원이 있다. 양산시 하북면 일대의 통도사 지구와 내원사 지구 및 울주군 상북면 일원의 석남사지구 등으로 나누어진 이 공원의 최고봉은 가지산이다. 가지산 주변으로 상운산(上雲山, 1,118.4m), 귀바위(1,117m), 무명봉인 1,042봉, 1,028봉, 1,060봉 등이 호위하고 있다.

또 영남알프스에는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의 문화 유적지가 즐비하고, 기암절벽의 절경과 7백60여 종의 식물과 우리나라 전체 조류 4백50여 종 가운데 1백여 종의 새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 가지산 정상석

이번 영남알프스 종주는 <50대 산사랑(http://cafe.daum.net/Mtnlv)> 회원들과 함께 했다. 당일로 다녀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 이틀간 등반할 계획을 잡고 가지산이 있는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까지 KTX를 이용하기로 한 우리는 황금연휴라 좌석확보가 어려울 것 같아 미리 왕복 차편을 예약했다. 6월 6일 오전 8시30분에 서울역을 출발해 울산에 11시쯤 도착했다. 울산역에서 가지산까지는 택시로 이동, 25분정도 소요됐다. 첫날 일정은 석남사 주차장에서 가지산을 올라 다시 석남사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가지산은 크게 남동릉, 북동릉, 북서릉, 남서릉으로 나누어지며 영남알프스의 맹주답게 큰 계곡만 해도 4개나 가지고 있다. 정상에서 석남사 뒤쪽으로 흘러내린 주계곡(석남계곡), 쌀바위 쪽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지류와 정상 북쪽에서 흘러내린 지류가 만나서 이루어진 운문 학심이골, 또 정상에서 남남서 쪽으로 흘러 내려 구연폭포를 지나 호박소로 이어지는 계곡, 남동릉 중간쯤에서 발원하여 석남재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꺾여 흘러 내려 호박소와 합류하는 비경의 쇠점골이 있다.

5시간의 산행을 끝내고 우리 일행은 버스로 울산시내로 향했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다음날 안전한 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간월재

7일 오전 9시 30분 숙소를 출발하여 배내봉으로 향하였다. 이날 등산코스는 배내봉~간월산~간월재이다.

배내골은 조선후기 천주교 탄압 당시 많은 신도들이 배내골로 들어와 질그릇을 구워 팔아 의식주를 해결했다고 한다. 또 기해년 박해 당시 피난처였고, 한국전쟁 땐 빨치산들이 덕유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이곳 배내골로 내려와 지금의 원동면 장선리에 교육도당을 설치해 골육상잔의 현장으로 변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하늘억새길

배내골을 지나 간월산까지 2km 거리임을 알리는 이정표 맨 위에 ‘하늘억새길’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해발 1000m 넘는 간월재에서 시작하는 하늘억새길은 신불산과 영축산을 거처, 천황산과 능동산, 또 다시 간월재로 이어지는데 그 거리가 자그마치 29.7km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억새탐방로로 편안한 걸음으로 20시간은 걸어야 다 돌아 볼 수 있다. 간월재로 하산하니 오후 4시다. 이틀간의 산행으로 조금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온천으로 향했다. 뜨거운 온천수로 여정의 고단함을 푼 후 저녁 8시 22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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