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 대표 박찬재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가 목표
친환경적인 ‘종이 옷걸이’로 홈리스 일자리 창출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
홈리스에 배움의 기회 줄 수 있는 학교 설립도 꿈꿔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2011년 겨울, 한 대학생은 서울역 측이 홈리스들을 강제 퇴거시킨다는 기사를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기사를 읽은 후 그 학생은 서울역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처음 홈리스(homeless, 노숙인 등의 주거취약계층)들을 만났다. 그는 홈리스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홈리스들이 삶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홈리스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것도 함께. 그렇게 그는 ‘홈리스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홈리스를 위한 사회적 배려기업 ‘두손컴퍼니’가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서울역으로 달려가 노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그 학생이 바로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의 박찬재 대표다. 현재 그의 나이 27세. 어린 나이지만 엄연한 기업의 대표다.

홈리스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작년 11월, 박 대표는 노숙을 경험하기로 한다. 장갑을 끼고 옷을 두껍게 입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길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발이 너무 시렸고 엉덩이는 얼었다. 이후 홈리스들에게 방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기부금을 내는 시민에게 종이옷걸이 세트를 선물로 주는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홈리스들에게 방한신발 100켤레가 전달됐다. 홈리스를 향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6일, 성수역 근처 한 카페에서 박찬재 대표를 만났다. 첫인상은 수줍고 조용해보였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니 그는 다른 사람이 됐다. 진지한 눈빛으로 돌변했고 회사 이야기만 나오면 늠름하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2011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두손컴퍼니를 세우고 사업을 시작한 박찬재 대표. 그가 홈리스들에게 자신의 ‘두 손’을 내민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착한 기업이 곧 강한 기업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박 대표. 그의 소망은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 대표의 회사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구 업사이클, 휴대전화 금속물질 수거까지… 결국 ‘종이옷걸이’ 사업으로  

성균관대학교 독문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기 위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동아리 선후배와 머리를 맞대고 홈리스를 위해 어떤 일자리를 만들지 고민했다. 처음부터 종이옷걸이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사업 기획단계에서 가구 업사이클을 해볼까 했지만 기술이 많이 필요해 포기했다. 이후 휴대폰 속 금속물질을 수거하는 사업도 구상했지만 법적인 문제 때문에 시도조차 못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사업 아이템으로 종이옷걸이를 제안했다. 그는 “종이옷걸이가 부가가치도 높고 홈리스들이 쉽게 참여해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2011년 7월, 박 대표는 동아리 사람들과 홈리스 사회적 배려 기업 두손컴퍼니를 창업하게 된다. 그 후 2012년 4월,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회사 이름이 왜 두손컴퍼니일까. 이유를 물으니 그가 이렇게 답한다. “중의적인 표현이다. 홈리스 분들의 하고자(do) 하는 의지를 뜻하는 ‘두(do)손’이기도 하고 ‘도와주는(회사) 손과 도움이 필요한(홈리스) 손이 만난 ‘두 개의 손’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는 동아리 팀원들과 이름을 정하기 위해 일주일 정도 회의를 했었다. 그러던 중 한 후배가 이름을 지어줬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며 박 대표는 고마움을 전했다.

종이옷걸이, 홈리스 돕고 환경도 지키는 ‘착한 옷걸이’  

박 대표가 종이옷걸이 사업을 고집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철제 옷걸이는 코팅이 들어가 있고 재활용하기가 힘들어 미국의 경우 매립을 한다. 매립되는 양만 1년에 대략 50억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수치다. 문제는 철제 옷걸이가 썩지 않는다는 것. 결국 철제 옷걸이는 땅 속에서 썩지 않고 독극물을 내보낸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잘 썩고 분리수거가 용이한 종이옷걸이가 친환경적인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든 종이옷걸이는 재생 골판지와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사용 후 분리수거만 잘 해서 버리면 굉장히 친환경적이다”라고 전했다. 종이옷걸이는 환경을 지키고 홈리스도 돕는 ‘착한 옷걸이’인 셈이다.

그래도 철제옷걸이가 더 튼튼하지 않냐고 묻자 박 대표는 실험결과를 알려주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는 “종이옷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약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KCL(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에서 실시한 강도 시험결과를 보면 오히려 철제옷걸이가 견디는 하중이 5.2kg이고 종이옷걸이는 7.8kg로 나왔다. 종이옷걸이가 더 튼튼하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단, 종이옷걸이에 빨래는 걸면 안 된다고 했다. 심하게 훼손은 안 되지만 눅눅해지기 때문. 박 대표는 “생활용품으로 사용하되 빨래를 거는 것은 주의하시길 바란다. 인테리어 제품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하면서 제일 기뻤던 말… “일 많이 주세요, 고맙습니다”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대학생들이 이런 사업을 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신뢰하지 않았다. 그게 참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고 열심히 뛰었다. 점차 이 사업의 취지와 진심을 이해해준 기업들이 그의 손을 잡아줬다.

사업을 시작하고 1년 동안은 주문이 들어오면 너나할 것 없이 제작에 매달렸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마케팅이나 영업 쪽, 제품생산 등 일을 분화시켰다. 사무실도 성수역 근처에 따로 잡았다. 그는 “회사가 나눠져 있어 홈리스 분들과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래서 종종 찾아가는데 그때마다 홈리스 분들이 ‘저희에게 일 많이 갖다주세요! 고맙습니다’라고 하신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기쁘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누군가는 노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게을러서’ 이런 삶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편견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홈리스(homeless)는 거리 노숙인, 쉼터에 계신 분들, 주거취약계층, 차상위계층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런 분들까지 하면 몇 천명, 몇 만명까지 될 수 있다. 노숙인이 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원인과 상황이 있지 않나. 나도, 기자님도…. 노숙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홈리스들의 일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어떤 분들은 스스로 다음날 새벽 6-7시까지 일하기도 하신다”고 말했다.

사회 공헌과 시장 생존,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두손컴퍼니는 홈리스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매년 홈리스를 위한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한다. 올해에는 방한신발 캠페인을 전개했다. 홈리스들이 동상의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생각에서다. 앞서 2013년에는 종이옷걸이를 미술도구로 활용한 미술교육 프로그램도 열었다. 2012년에는 옷걸이를 캠페인 도구로 사용해 세탁소에 배포, 이 옷걸이를 본 세탁소 소비자들이 헌옷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한 달 만에 천 여벌이 수거됐다. 

박 대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직접적인 도움도 드리고 싶었다. 많은 시민들이 캠페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그는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려고 했는데 수익이 마이너스(적자)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 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기부를 위해서라도 수익을 많이 창출하고 싶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청춘이 하는 도전, 언제나 옳다”

20대에 두손컴퍼니를 이끌어온 박 대표의 삶을 단어로 압축하면 ‘도전’이 아닐까.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20대에게 전해줄 말을 부탁했다. 박 대표는 “도전이라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때론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안 돼서 후회하더라도 그것 역시 추억이 되고 훗날 도움이 되더라. 젊을 때의 도전은 항상 옳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단, 도전하면 무조건 잘 된다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길이 열린다고 전했다.

그에게 사회적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박 대표는 어려운 질문이라는 듯 잠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사회적기업은 (운영하는 것이) 진짜 어려운 것 같다. 사회적인 취지도 잃으면 안 되고 시장에서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사회공헌과 기업의 자립이 중요하다는 것. 직접 두손컴퍼니를 운영해보면서 느낀 감정인 듯했다. 그는 두손컴퍼니가 잘 생존해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했다.

“나의 꿈이자 회사의 목표? 생존!”

회사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한 단어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어떤 단어인지 사뭇 기대됐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은 ‘생존!’이었다. 순간 서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흔히 사회적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라고 하면 ‘좋지 않거나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안 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하거나 품질에 신경쓴다.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착한 기업이 강한 기업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10년, 20년 뒤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 “일자리로 홈리스 분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요즘 교육의 힘에 대해 깨닫고 있기에 훗날 홈리스 학교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고연령층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교육기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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