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 ⓒ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일본 정부가 20일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검증 결과를 발표해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고노담화에 명시된 군 위안부 모집의 주체와 관련해 "(당초)일본 측 담화문 원안에는 '군 당국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나 한국 측의 주장을 배려해 '군 당국의 요청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한 양국 정부가 고노담화 발표 직전에 문안 조정 사실을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고노담화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즉각 대변인 성명을 내고 "그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이를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위로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일임을 누차 강조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검증을 강행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번 검증 목적이 담화 작성 경위만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것일 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를 다시 밝히자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 검증 결과는 사실 관계를 호도함으로써 고노 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인 조사 판단을 기초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담아 발표한 일본 정부의 문서"라며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은 양국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했으며 일본 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던 것 뿐"라고 반박했다.

또한 "16명 피해자 할머니들의 살아있는 생생한 증언이야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그 어떤 문건보다도 강력하고 분명한 증거"라며 "당시 일본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피해자 증언에 기초해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밝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데 있어 우리 정부가 협조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책임 인정이 있어야 한다는 대다수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위로금 명목으로 아시아여성기금의 일시금 지급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취지의 외무부 대변인 성명을 1997년 1월11일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변함없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의 세부 내용에 대한 우리의 평가와 입장을 별도로 분명히 밝히고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아베 내각의 입장에 주목하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담화 발표 전 한·일 간 의견교환 사실만 언급하고 그것이 담화발표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을 생략해 당사국인 한국의 대응도 어렵게 만들려는 교묘한 전략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일간 외교교섭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총리 내각의 고노 관방장관이 위안부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 담화다. 당시 각의 결정은 거치지 않았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과 관련해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일도 있었다", "모집, 이송, 관리 등도 감언이나 강압에 의하는 등 대체적으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강제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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