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차재용 기자】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와 동부제철의 회사채 만기가 내달 초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동부CNI와 동부제철이 현재로써는 자력으로 이를 상환하거나 차환할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CNI, 법정관리 우려 커져
동부제철, 워크아웃 가능성↑

동부CNI는 27일 담보부사채 발행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동부CNI는 담보부사채 발행을 위해 금융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발행도 동부화재 지분 담보 처리를 놓고 채권단과 동부그룹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결국 동부그룹은 벼랑 끝에 몰려 동부화재 지분 담보 처리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CNI는 7월 5일과 12일 각각 200억원,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제철도 700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같은달 7일로 임박해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동부그룹이 동부CNI와 동부제철의 회사채 만기를 처리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동부CNI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250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신고서에 동부제철 자율협약 추진 등 중요 투자 위험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부CNI가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고 수정 신고를 하면 신고 후 5영업일이 지나야 채권 청약을 재개할 수 있어 사실상 동부CNI가 내달 5일 이전에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진 것이다.

회사채 만기를 막지 못할 경우, 동부CNI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회사채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 되는 상황이다.

이에 동부그룹은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채권단과 회사채 만기를 막을 여러 방안을 논의 하고 있다.

채권단, 동부화재 지분 담보 요구
동부그룹, 부적절한 요구

채권단 측은 “동부그룹이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씨가 보유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 담보 처리 등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과 의지를 보여야 동부CNI의 회사채 만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 발행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동부그룹이 김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으면, 차환발행을 승인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부그룹 측은 비금융 부문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부CNI는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회사채 만기를 막지 못하게 될 경우 동부CNI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며 다른 계열사로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발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이 아닌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부그룹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 돼버려 동부화재 지분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동부그룹, 동부화재 지분에 목매는 이유
그룹 경영권·부채 은닉 때문?

이처럼 그룹의 사활이 걸린 상황에서도 동부그룹이 계열사 지분에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부화재는 그룹 소속들 중 비교적 재무상태가 건실하고 제조업 계열사들과는 확연하게 분리된 상태인 금융계열사 지분을 상당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92.94%, 동부증권 19.92%, 동부캐피탈 10%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비금융 계열사인 동부엘앤에스 100%, 동부제철 4.99%, 동부엔지니어링 1.98%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동부화재가 사실상 동부그룹의 금융지주회사인 셈이다.

동부화재는 시장 점유율 15%로 삼성화재보험에 이어 손해보업업계 2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견실한 회사다. 매년 3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채권단이 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김준기 회장이 아닌 김남호 씨가 이 회사 개인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김남호 씨는 동부화재 주식 941만주, 13.29%를 갖고 있다. 김준기 회장은 490여만주로 6.93%를 가진 개인 2대 주주다.

채권단이 김남호 씨의 주식을 담보로 요구하는 것은 그룹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동부화재를 매각하면 충분히 채권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동부화재의 지분 100%가 매각될 경우 최소 5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4위권인 LIG손해보험이 매각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며 3조원 넘는 몸값을 받을 만큼 동부화재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매각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동부화재를 매각할 경우 손쉽게 ‘원금+α’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동부그룹과 김준기 회장 입장에서는 동부화재 지분의 담보제공은 STX나 동양그룹 사례에서 보듯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룹 경영권을 뺏길 우려가 큰데다, 회사가 매각된 뒤 빚잔치를 하고 나면 김 회장 일가에 쥐어지는 돈이 거의 없을 수 있어 손해보는 장사다.

또한 김 회장 일가는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상당량을 이미 은행과 증권사 등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기 때문에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것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너일가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막대한 부채가 더 있는 셈이기 때문에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것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비금융 계열사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부화재 지분 담보 처리에 대한 입장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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