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병장 ⓒ뉴시스

43시간 만에 상황 종결·14명 사상자 발생
부상자 응급처치 미흡 논란…과다 출혈로 사망

【투데이신문 차재용 기자】지난 6월 21일 8시15분경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한 임모(22) 병장 총기난사 및 탈영사건이 발생했다.

임병장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총상을 가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회복 중에 있다.

이번 사건으로 무려 14명의 사상자를 내고 무장한 채 활보하던 임 병장을 무려 43시간 동안이나 검거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오인사격으로 부상자를 내 군 당국의 무능함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총기난사 사건 당시 부상자들의 응급처치가 늦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군 당국은 더욱 곤욕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또한 관심병사였던 임 병장에 대한 따돌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3시간 넘게 이어진 추격전
임 병장 자살 시도로 상황 일단락

28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임 병장은 21일 근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자신의 동료 군인 5명을 숨지게 했으며 7명에게 관통상 등 부상을 입혔다.

이후 임 병장은 소총과 실탄을 챙겨 북동쪽 방면으로 달아났고, 군 당국은 사건발생 직후 임병장이 민통선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포위망을 설치했다. 이후 2시간 뒤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 임 병장 검거에 나섰다.

군 헬기가 야산으로 숨어든 임 병장을 찾기 위해 동원되는 등 수색 작업이 계속 이어졌다. 군 당국은 사건발생 16시간만인 22일 오후 2시 23분경 고성군 명파리 명파 초등학교에서 임 병장을 발견해 교전이 벌어졌다.

다시 인근 야산으로 도주하던 임 병장은 2시간여 지나 검문소 인근 숲에서 임 병장을 발견했고 다시 교전이 벌어져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소대장이 총에 맞아 팔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다.

18시간 가량 임병장이 도주한 야산은 사고가 난 부대에서 약 10㎞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결국 군 당국은 22일 오후 5시 20분을 기해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와 마달리, 배봉리 등 마을 주민 500여 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주민들은 대진 초등학교 및 대진 중·고교 체육관으로 각각 대피해 불안감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

이어 다음날인 23일 오전 고성군 현내면 야산에서 임 병장과의 대치상황이 이어졌고 군 당국은 임 병장에게 휴대폰을 건네 아버지와 통화를 시도하는 등 설득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군 당국의 오인사격으로 수색팀 진모 상병이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11시15분경 임 병장의 아버지와 형이 대치현장에 도착했고 임 병장에게 투항할 것을 요구하던 중 오후 2시 55분 임 병장이 갑자기 옆구리에 스스로 총을 쏘며 자살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가슴과 어깨 부위에 총상을 입은 임 병장은 헬기로 국군강릉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43시간 넘게 이어지던 추격전은 막을 내렸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이 소지하고 있던 K2 소총과 실탄을 모두 회수했다.

고성지역은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진돗개 하나’가 해지됐고 상황은 종료됐다.

“외모 비하한 해골 모양 그림 보고 격분”

강릉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임 병장은 변호인 입회 아래 조사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병장은 “초소에 그려진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해골 모양의 그림을 보는 순간 격분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사 당국은 임 병장의 진술을 토대로 초소에 그려진 비하 그림에 대해 곧바로 현장 보존 조치를 했다.

임 병장은 또 선후임병들과 부대 간부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이유 없이 추가 근무를 시켰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간부들이 뒤통수를 때리거나 돌을 집어 던지기도 했으며, 4주 동안 하루 16시간씩 근무를 서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사 당국은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임 병장 뿐만 아니라 부대원과 부상자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 희생 장병들의 유가족들은 이번 군 수사 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유족들은 “애초 군이 밝힌 총상에 의한 사망이 아닌 과다 출혈에 의한 사망 소견이 나왔고, 사건 발생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주검이 방치되는 등 초동 대처와 구조활동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부상자들의 응급치료가 늦었다는 유족들의 의혹 제기 역시 조사 대상”이라며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늦었는지 등을 다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부대 내 집단 따돌림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수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방부는 어떠한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최종 수사결과 전에 중간에라도 설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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