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해경 핫라인 녹취록<자료제공 최민희 의원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정확한 상황을 보고받고 구조 과정을 지휘통제해야만 하는 해경과 청와대가 오히려 언론 보도에 의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뒤 부정확한 언론보도와 오보들이 해경과 청와대의 혼선과 혼란을 불러일으키자 승객 구조 대책을 세워 실행하기보다는 언론보도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데 중요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해경 상황실-청와대 상황실’의 핫라인 전화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10시 17분 해경이 “헬기에서 6명, 123정에서 50명을 구조했다”고 보고하자 청와대는 “저기 뭐야, 언론에도 120명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해경은 “아직까지 저희들 보고받은 거 없다”고 답변했다.

청와대는 4분 뒤 다시 “지금 언론에 보면...”이라고 확인을 요구하자 해경은 “120명 나오지요. 그것은 아직까지 확인은 안됐다”고 답변했다. 1분 뒤 청와대가 “구조사항이 몇 명인가 빨리 알려달라”고 거듭 재촉하자 해경은 “저희들 확인을 해야하는데 전화받느라 확인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는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다. 11시 19분 청와대는 “학생들 다 구조됐다고 나오는데 인원은 아직 안나왔죠?”라고 해경 상황실에 묻자 해경은 “학생들요? 그걸 어떻게...”라며 놀라서 되물었다. 청와대가 “학교 측에서 누가 언론에...”라고 말했고 해경은 “저희는 파악안되는데”라고 답했다.

   
▲ 2일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민희 의원이 청와대와 해경간 핫라인 녹취록을 공개하며 질의하고 있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계속해서 언론에 보도되는 승객·구조자 숫자 등에 의지하며 해경과의 보고 과정에 혼란을 거듭했다.

청와대는 “지금 언론에 팽목항에 47명 도착했다고 나오거든요”(11시 58분), “지금 여객선에서 한 명 사망한 것으로 보도나왔거든요”(12시 2분), “안보실 상황 반장입니다. 197명으로 또 뭐에요, 해경? 197명 구조했다고 보도나왔는데?”(12시 42분), “지금 해경구조요원들 진입했습니까? 언론에는 진입한 것으로 나오는데?”(13시 4분) 등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해경에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12시 47분 청와대가 “사망자가 지금 어떻게 되냐?”고 묻자 해경은 “2명으로 확인됐다. 우리도 언론보도 보고 알았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날 세월호 국조특위 해경 기관보고에서 이러한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청와대도 엉망이고 해경도 엉망”이라며 “언론보고 소식을 알고 대책세우고 언론이 보도하면 거기에 끼어맞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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