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려봉 출렁다리

산행이나 여행을 다닐 때 마다 꼭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여행지나 섬, 산 등이 있다. 그중에서 특히 남해안의 섬이나 산들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곤 한다. 강원도 산골출신으로 눈을 뜨면 산과 하늘밖에 보이지 않았던 필자에게 남해안은 머나먼 이국 같은 곳으로 기억되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 직업 덕분에 동남아, 미주, 유럽 등을 자주 드나들었음에도 아직도 남해안은 어릴 적 기억 탓인지 해외보다 더 먼 곳처럼 느껴지곤 한다. 오늘 소개할 곳은 통영시에 속한 사량도이다. 

▲ 지리산 정상

사량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서편에 자리한 섬으로 상‧하도가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상도와 하도 사이의 거리는 1.5km로 물살이 제법 거칠다. 사량도는 섬이 꼭 긴 뱀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기암괴석으로 덮여 있는 섬 해안의 돌출부가 하나같이 뱀처럼 생겼고, 실제로도 섬에 뱀이 많다. 사량도에는 육지 못지않은 산세를 가진 산들이 제법 있는데, 상도에 위치한 지리산, 불모산, 고동산과 하도에 위치한 칠현봉 등은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산들이다.

이 섬에서는 낙지, 학꽁치, 멸치, 굴, 우렁쉥이 등 해산물이 많이 나고 낚시포인트도 좋아 강태공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양지바른 갯바위는 대부분 낚시터로, 특히 이곳은 볼락이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유적지로는 고려 말 충신 최영 장군의 사당이 있다. 단칸목조 팔작지붕으로 되어있고, 고려 말 왜구를 무찔렸던 최영장군의 제향이다. 사당내부에 고려 공신 최영 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마부상과 다석 선녀에 옹위된 최영 장군의 영정이 걸려있다. ‘최영장군신’은 주로 중부지방에서 무속신앙으로 모시는 ‘인물신’으로, 최영 장군의 최후가 그렇듯이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위로하고자 하는 원혼신앙으로 짐작된다. 이곳 주민들은 매년마다 음력 정월과 섣달에 사당제를 지낸다. 

▲ 가오치항

먼저 사량도를 가려면 가오치항에서 출발하는 배 시간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가오치항에서 1일 6회(07:00, 09:00, 11:00, 13:00. 15:00, 17:00) 운항되며, 소요시간은 50분~1시간 정도 이다. 성인편도 요금은 5,000원이며 단체일 경우 할인도 된다. 인원이 많을 경우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배편 문의 : 사량수산업 협동조합 055-642-6016) 특히 주말에는 미리 예약하지 하지 않으면 좌석이 없을 수도 있다.

이번 산행은 회사동료 3명과 함께 했다. 우리 일행은 서울에서 밤 12시경에 만나 가오치항까지 승용차로 이동했다. 가오치항에서 아침을 먹고 배 시간을 기다려 7시에 승선했다. 이번에는 동료 한 명이 섬 사진촬영을 한다고도 했고, 원점회귀 산행이 아닌 경우 섬 반대편에서 하산하면 이동이 불편해서 승용차를 싣고 승선했다. 산행코스는 돈지항▶지리산 ▶성자암▶월암봉▶연지봉▶옥녀봉▶진천(8km)으로 소요시간은 대략 4시간이다. 더 짧은 코스로는 진촌▶옥녀봉▶가마봉▶월암봉▶성자암▶옥동(5km, 2시간 30분 소요)코스와 진촌▶옥녀봉▶가마봉▶대항(4km, 2시간 소요)코스가 있다.

▲ 돈지리 항구

해안가에 위치한 산을 처음 오르는 사람은 산의 높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다. 해안가에 위치한 해발 300m~400m 높이의 산은 내륙에 위치한 같은 높이의 산들과 비교해 정상까지 훨씬 더 많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 해발이란 해수면으로부터 계산하는 높이로, 표고(標高)라고도 한다. 해발고도는 나라별로 기준점이 다른데, 한국에서는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 변화를 고려해 인하대학교 내의 수준원점을 0m로 하여 기준수준면으로 삼고 있다. 만약 산이 400m 높이라고 한다면 중북부에 위치한 산들은 기본 고도가 있기에 그 높이만큼 다 오르지 않아도 정상에 다다르지만, 해안가에 위치한 산들은 그 높이를 고스란히 다 올라갈 수도 있다.

▲ 옥려봉 계단

돈지항을 거쳐 월암봉에서 점심을 먹고 옥녀봉 근처에 오면 사량도의 명물인 옥녀봉 출렁다리가 있다. 욕정에 눈먼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옥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담겨진 옥녀봉은 급경사, 절벽 등 위험구간들이 여러 곳 있어 지난 2013년 3월1일 출렁다리가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 덕분에 훈풍을 맞으며 바다와 산을 맘껏 만끽하는 안전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 농개도와 수우도

옥녀봉을 지나 진촌에서 하산하고 횟집으로 향했다. 사량도에 왔다면 그 싱싱한 도다리, 감성돔, 농어, 볼락 맛을 안보고 갈수는 없다. 여객선터미널 부근은 물론 섬 주변 곳곳에 생선회를 판매하는 식당이 많다. 눈길 끄는 대로 발길 가는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싱싱하고 쫄깃한 식감의 회를 맛보며 여정을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여객선에 탑승해 가오치항으로 건너온 뒤,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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