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상인들, ‘갑의 횡포’ 주장하며 공정위에 제소
리모델링 일방적 통보 후 수수료 방식 계약 강요 논란
판매 목표 강제·공실 임대 강요·특정품목 판매 압박 의혹
두타 “리뉴얼은 생존 위해 필요..형평성 제고 위해 노력”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두산타워(대표이사 이승범, 이하 두타)의 입점 상인들이 두타 측이 ‘갑’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벌여왔다며, 공정위에 신고하고 나섰다.

두타 측이 일방적으로 리모델링을 통보하고 사측에 유리한 수수료 방식의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또한 판매목표 및 공실임대까지 강제하는 등 온갖 부당 행위가 벌어졌다고 입점 상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두산타워는 ㈜두산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서 기업집단인 두산에 속한 계열회사로 ㈜두산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다.

때문에 평소 “사람이 미래”라고 광고한 두산그룹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정작 두타에 입점해서 일하는 상인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으며 평소 노사정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두산타워에서는 상생이 아닌 갑의 횡포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박용만 회장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모양새다.

   
▲ <사진제공=참여연대>

입점 상인, 일방적 통보·불리한 계약에 거센 반발

두타 입점 상인들은 지난 4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두산타워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입점 상인들은 “두타가 지난 8월 1일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입점상인들에게 불리한 수수료 방식의 월차임 전환을 강요했다”면서 “이 같은 임·전대차계약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 갱신을 거부하며 해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두타 측은 입점상인들에게 정액의 월세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매출의 17~20% 상당을 임대료로 받겠다는 것이다.

두타 측은 리모델링 계획을 명목으로 올 7월 31일 계약기간이 만료된 약 500개 점포의 입점상인들 가운데 200여 점포의 상인들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으며, 재계약을 통보한 입점 상인들에게도 계약 만료가 임박한 6월경 입점상인들에게 매우 불리한 수수료 방식의 월차임 전환을 강요했다고 입점 상인들은 주장했다.

입점 상인들은 계약 만료가 임박한 상태에서 두타 측이 재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해 선주문 및 재고처리 문제로 심각한 손해를 입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두타에 남아있는 상인들 역시 앞으로 매출액 기준 18%의 수수료를 월차임으로 낼 경우, 통상 매출 총액의 50~60% 이상을 차지하는 상품 원가와 관리비, 카드수수료, 부가가치세,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중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동대문 시장의 특성상 수익을 거의 남길 수 없거나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 두타는 월차임을 수수료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최저 월매출액을 정해 입점 상인들의 실제 월매출액이 최저 월매출액에 미달하더라도 최저 월매출액을 기준으로 월차임을 지급하도록 했다. 매출이 늘어나면 추가로 차임을 지급하여야 하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최저 월매출액에 대한 수수료율 이하로는 차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타는 임차인들을 대신해 전차인과 전대차계약을 직접 관리하면서 거둔 수익 중 일부를 단순 투자자인 임차인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점 상인들은 두타 측이 대다수가 전차인인 입점상인들에 대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규제를 피하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행위를 반복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입점 상인들에 따르면 두타가 빈 점포가 생기면 기존 입점상인에게 추가 임대를 강요해 떠안도록 했다. 위치가 좋지 않은 점포로 옮기도록 하기로 했으며 “윗분들에게 말들이 나온다”며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하기도 했다.

특정 품목을 판매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입점 상인은 “두타 측이 한 대기업 계열 속옷 브랜드를 판매하라고 강요했다”며 “퇴출될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해당 브랜드 속옷을 취급해 결국 1년간 약 1억2000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밖에 입점 상인들은 두타 측이 상가 관리비나 홍보비 등을 어떤 항목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상인들에게 전기세 등을 모아 대납하는 것에 불과한 데 부가가치세를 이중으로 부과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따져물어야 할 상인회 구성에도 두타 측이 개입하고 있다고 입점 상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두타는 21세기 절대 영주, 상인들은 노예”

이러한 두타와 상인들의 갈등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인터넷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두타는 21세기 절대 영주”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해당 누리꾼은 게시글을 통해 “지금 두타는 중세시대의 화려한 성에 절대 영주 노릇을 하고 있다. 자영농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통행세, 초야권까지 요구했던 중세시대. 두타에는 입점비, 지각비, 영업정지, 명분없는 퇴점 등 상인들의 목숨을 틀어쥔 초월적인 법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불공정한재계약으로 울면서 쫓겨나간 상인들. 이번 재계약에도 살아남았다고 안도하는 상인들. 모두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한 채 두타 직원들에게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신분에서 자유로울 뿐 이미 노예나 다름없다. 왜, 자신의 의지는 이미 없으니까”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상인들과 상생하면서 마치 대한민국 패션계를 선도하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던 대기업 두타가 그 흔한 간담회나 아무런 협의조차 없이 한달 전에 (리뉴얼 등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에게 대비할 시간도 안주는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는 “최소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기업으로서 지켜야 하는 기업 윤리마저 포기하고 있다”며 “두산은 TV광고의 ‘사람이 미래다’가 아니라 ‘상인들은 돈벌이 도구이다’가 더 어울릴 것 같다”고 비꼬았다.

두타 “리뉴얼은 불가피..부당행위는 없었다”

한편 이번 ‘갑의 횡포’ 논란과 관련해 두타 측은 “리뉴얼은 불가피하다”면서 “부당한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타 측은 입장 자료를 통해 “이번 리뉴얼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주기적인 입점주 교체는 고객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근 경쟁상가와의 차별화로 외국인 쇼핑고객을 확보하는 등 동대문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지속적인 리뉴얼의 결과였다”며 “지속적인 혁신으로 영업이 활성화됐고 입점주의 이익 또한 확보돼 왔다”며 입점 상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두타는 퇴점 결정과정에 대해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입점주 선정을 위해 기존 매장을 ‘상품의 호감도, 상품진열 및 인테리어의 우수성, 마케팅 능력, 서비스 수준, 매출실적’ 등 5개 항목을 기준으로 매년 엄정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위해 일본의 전문 유통업체 PSS에 컨설팅을 의뢰해 공동평가를 진행했고 업주들 또한 이런 평가방식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두타 측은 주장했다.

퇴점 고지 미흡으로 입점주에게 손해를 야기했다는 입점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번 리뉴얼을 한 해 앞둔 2013년 계약시 리뉴얼 예정 사실을 충분히 공지하고 리뉴얼시 이의 없이 매장을 명도하기로 하는 확인서도 합의 하에 작성했기 때문에 갑자기 계약 종료가 됐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대료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입점 상인들이 수수료 체제 전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임대료 산정방식을 고정 임대료에서 매출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꾼 임대료 수수 방식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일률적인 임대료 징수방식은 상대적으로 영업이 부진한 입점주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소규모 영세상인의 이익보호와 형평성 제고를 위해 매출이 적은 매장은 경감하고 매출이 많은 매장은 더 내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합리한 것이라고 두타 측은 설명했다.

또한 지난 5년간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5년간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과다하지 않다고 두타 측은 판단했다.

입점주들이 납부한 관리비와 홍보비도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집행됐으며 수납과 지출은 입점주 대표로 구성된 감사와 자문위원회를 통해 매월 보고되고 검증됐다고 두타 측은 설명했다.

두타 관계자는 “현재 상인측들과 대화를 진행하고자 준비 중”이라며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성심성의껏 보완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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