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차재용 기자】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78)이 대우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3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을 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자신이 정부 논리와 반대되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경제관료들과 충돌했고, 이는 대우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을 통해 한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가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너럴모터스는 중국 시장에서 후발주자였지만 대우차 덕분에 중국 시장에서 1위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했다”며 “대우차가 개발한 소형차를 이용해 중국이라는 거대 신흥시장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우차를 잘못 처리해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돈만큼이나 많은 금액을 손해봤다는 것이다. 그는 “대우 해체에 따르는 비용은 한국 경제가 고스란히 부담했고, 투자 성과는 제너럴모터스가 다 가져갔다”며 “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012년 펴낸 회고록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서 이헌재 전 위원장은 “김 전 회장은 제너럴모터스와의 전략적 제휴에 모든 걸 걸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애초부터 불가능한 협상이었고 대우차가 1998년 7월 협상을 깨고 말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이번 책에서 “한국 금융위기 초반부터 대우차가 성공 직전에 있고, 제너럴모터스가 다급해서 대우에게 자동차 합작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정부 측에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쟁이 기업인’으로 몰린 것은 경제관료들과의 충돌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에 따른 구조조정보다는 ‘연간 무역흑자 500억달러 달성을 통한 국제통화기금 체제 조기탈출론’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서 관료들과 멀어졌다는 것.

김 전 회장은 당시 공개석상에서 “관리들이 열심히 안 한다.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핑계만 댄다. 이래서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자기들이 못하면 자리를 비켜줘야지…. 그러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비켜줘서 할 일도 못하게 한다”고 비난했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 쪽에 하루가 멀다 하고 대우에 대한 나쁜 보고가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갑자기 수출이 나쁜 것처럼 얘기하고, 수출금융이 막혀 벌어진 일들을 우리가 잘못한 걸로 몰아붙이는 건 도대체 말이 안 된다”며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기획 해체론’ 때문에 대우가 해체됐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 대북특사 자격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20여 차례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 합의’의 막후 역할은 바로 김 전 회장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뒤늦게 이 같은 일들을 공개한 이유는 잘못된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