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vs 비박의 갈등, 그 속내는 과연?

   
▲ 이완구-김무성 ⓒ뉴시스

새누리당 내부가 복잡미묘하다. 김기춘 대통령실장을 놓고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입장이 다르다. 특히 세월호 정국을 놓고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실장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무엇일까. 과연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김 실장을 놓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이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서 과연 새누리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새누리당이 세월호 정국을 놓고 확고한 입장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법체계를 흔든다고 주장하면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확고한 입장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완고한 이유에 대해 정가에서는 ‘김기춘 대통령실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면 김 실장 등 청와대 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새누리당과 유가족 간의 3차 면담 자리에서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지금 여당이든 청와대든 어디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이로 인해 30분 만에 파행이 됐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청와대 특히 김 실장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사실상 김 실장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미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정국에서 김무성 대표의 역할이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을 이완구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이 원내대표가 하고 있으며, 세월호특별법 제정도 김 대표가 아닌 이 원내대표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저 최고위원회의에서 몇 마디 하는 것 이외에는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는 당내 복잡미묘한 사정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비박계 대표 주자인 김 대표는 청와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 대표 주자인 이 원내대표는 아직 청와대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무성과 이완구의 속내는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정국의 사안이 있을 때마다 김 실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에 있어서도 이 원내대표는 김 실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였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논란이 있을 때에도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을 옹호한 사람이 바로 이 원내대표이다.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김 실장을 싸고 돌았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얘기를 하시는데, 청와대 보고 라인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소관이다. 우리는 이 엄연한 사실의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야당이 아무리 요구한다고 해도 원칙을 훼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가안보실장 소관인데 비서실장 증인출석을 요구한다면 진짜 곤란하다. 개인을 비호하는 게 아니라 국가 안보실장 책임이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김 실장을 비호한 것이다.

반면 김 대표는 김 실장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연찬회에서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김 대표가 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른바 루게릭 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 사람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다. 2014년 여름에 시작된 이 운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 하나의 유행이 됐다. 이 운동의 방식은 참가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시작된다. 참가자는 우선 동영상을 통해 이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내에 이 도전을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 쓰던지 100달러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러나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 하나의 사회 유행으로 퍼져, 기부를 하면서도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사람들도 상당수이다. 국내에서는 연예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정치권과 재계로 발전을 해나갔다. 그런 도중에 김 대표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사람으로 김 실장을 지목한 것. 김 실장을 지목하면서 ‘차가운 물을 맞으면서 유연해지라’고 당부까지 했다. 김 실장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그만큼 김 대표가 김 실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원내대표가 김 실장을 옹호하는 반면 김 대표는 김 실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는 이 원내대표와 김 대표가 김 실장을 대하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앞으로의 당내 변화가 미묘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와 김 실장은 유기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유기체적인 관계는 세월호 정국에서 여지 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세월호 협상 이면에 김 실장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반영하는 주체가 바로 이 원내대표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자리는 당의 정무적 기조를 야당은 물론 국회 내에 관철하는 기두이다. 또한 여당의 기조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민심이 국정에 반영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정책 기조를 여당과 국회 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원내대표가 대표적 친박 인사이다 보니 청와대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새누리당과 국회에 투영되기도 한다. 즉 김 실장의 의중이 새누리당과 국회에 투영되는 창구로 이 원내대표가 이용되기도 한다.

   
▲ 이완구-김무성 ⓒ뉴시스

이제는 어디로

반면 김 대표는 이런 점에서 자유롭다. 더욱이 김 대표는 대표적 친박 좌장에서 이제는 탈박 인사이다. 그리고 차기 대권 주자이다. 그러다보니 ‘자기 정치’를 하게 된다. 청와대가 정책 기조를 새누리당에 투영시키는 장치로 김 대표를 이용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런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 대표가 김 실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걷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충돌할 가능성은 높다. 아직은 이렇다 할 갈등관계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갈등이 잠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언제든지 갈등은 폭발할 수도 있다고 정가에서는 내다 보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자기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 갈등은 충돌할 수도 있다. 김 대표가 점차 자기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 당의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보수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당 혁신’이고 ‘보수 혁신’이다. 하지만 툭 까놓고 표현하자면 ‘김무성 체제의 보수 정당’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차기 대권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당은 ‘친박 색깔’이 뚜렷하다. 친박 인사들이 아직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무성으로 줄세우기’를 강요할 날이 올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이 ‘당 혁신’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친박은 반발하게 된다.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고, 아직까지 정권 초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크다. 더욱이 김 실장의 입김은 아직도 강하게 불고 있다. 때문에 김 대표가 이렇다 할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게 되고, 김 실장의 입김도 점차 약하게 된다면 김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친박은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뭉치게 될 수밖에 없다. 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이완구 원내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내년까지가 임기이다. 그 이후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원내대표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해야 한다. 정가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대권을 꿈꿀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충남도지사직을 던질 정도의 용기를 갖고 있다. 즉, 보다 큰 목표를 위해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 시작

특히 충청권의 맹주가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충청권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상 충청권의 입지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이 원내대표이다. 이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시작하게 되고, 김 대표와 경쟁을 하게 된다면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예측이다. 다만 그것이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자리에 있을 때인지 아니면 ‘원내대표’ 자리를 벗어던지고 난 후에 일인지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다만 충청권과 친박을 등에 업고 비박계 대표 주자인 김 대표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나 김 실장도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이 원내대표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대표가 ‘자기 정치’를 시작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 ‘박근혜’ 색깔 지우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친박계 입지는 좁아지게 되고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박 대통령이나 김 실장 모두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 원내대표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주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원내대표에게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는 일단 반가운 일이다. 서 최고위원이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한 달 동안 당무를 비웠다. 그로 인해 김 대표의 입김이 더욱 거세졌다. 이 원내대표 혼자 막아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서 최고위원이 당무에 복귀한 것이다. 이는 김 대표의 견제 세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김 대표 측도 만만찮다. 비박계 대표 주자인 이재오 의원이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경원 의원도 여의도로 복귀했다. 뿐만 아니라 7월 재보선을 통해 비박계 인사가 대거 여의도로 복귀한 상태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부터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세월호 정국을 제대로 풀지 못하게 된다면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갈등은 표면화될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놓고 갈등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정기국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도 너무 강경하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자체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되면 강경하게 나간 책임에 대해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

이미 당 내부에서는 ‘김무성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강경한 태도는 세월호 정국을 풀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힘을 실어주게 되면 이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정국을 놓고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미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로서는 세월호 정국이 장기화될수록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화될수록 김무성 역할론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화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사람이 바로 이 원내대표이다. 이 원내대표의 강경함이 결국 세월호 정국을 장기화로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친박계는 물론 박 대통령에게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세월호 정국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친박계 대표주자인 이 원내대표와 비박계 대표주장인 김 대표가 서로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 그 갈등은 이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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