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화산 정상에서 바라본 검봉산

지난해 이맘때쯤 강촌지역(강촌역부근)을 산행하면서 노루궁댕이 버섯을 조금 맛보았다. 그때 그 기억이 떠올라 지난 주말에는 상봉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강촌역으로 향했다. 학창시절, 신입생 MT나 과 단합대회를 위해 자주 찾던 강촌은 당시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거나 상봉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이제는 전철을 타고 가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 강촌역

상봉역서 출발하는 경춘선은 매시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출발편수가 많지 않아 출발 전에 시간 확인은 필수다. 상봉역에서 강촌역까지는 16정거장을 정차하며 약 70여분정도 소요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강촌역➜ 봉화산초입➜ 봉화산정상➜ 문배마을➜ 구곡폭포➜ 구곡폭포입구➜ 강촌역의 원점회귀 산행으로 잡았다. 이동거리는 대략 11.8km정도이고 소요시간은 약 중식시간 포함해서 약 5시간 정도 걸릴 듯하다.

▲ 프로포즈 계단

강촌역에 내리니 역사는 예전의 낡은 역사가 아니고 최신시설을 갖춘 역사로 변해있었다. 위치도 예전과 다르다. 강촌역을 우측으로 끼고 내려가 돌면 봉화산에 오르는 초입길이 보인다. 봉화산 초입길 이전에 새로 생긴 빨간 하트모양의 프로포즈(propose) 존이 있는데 그곳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벽에 적혀 있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그 사람,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런 의문이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강촌으로 오세요. 지금 이 글을 강촌에서 보고 읽고 있는 당신은 세상 그 누구 보다 행보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분명합니다. 웃을 수도 또 울 수도 있는, YES 또는 NO의 결과도 먼 훗날 당신에게는 분명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프로포즈를 했을 때 웃을 수 있는 결과면 좋지만 울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과연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까 싶다. 봉화산 초입에서 봉화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4.1km이며 문배마을까지는 7.3km이다. 초입에서 20여분 올라서면 봉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탈수 있으며, 이어지는 길은 경사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산행하기가 무난하다. 길 양옆으로 보이는 수목들은 대부분이 참나무이며 그 다음은 소나무와 잣나무 등이다. 

   
 ▲ 야생버섯

그간 자주 내린 비로 등산로 양옆의 그늘진 곳은 온통 이름 모를 버섯들로 가득했다. 산골출신인 필자도 식용버섯과 비식용버섯을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구분은 불가능하며 전문가들조차도 실수할 때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천 9백여 종의 버섯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이중 식용버섯 26%(517종), 독버섯 13%(243종), 약용버섯 11%(204종)만이 구분 가능하며, 나머지 50%는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상태라고 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8년 간 독버섯 중독사고는 모두 48건, 177명이고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립농업과학원과 함께 버섯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인에게 전달해주고자 숲속의 독버섯, 숲속의 식용버섯에 관한 안내책자를 발간했다. 전문가들은 산림에서 야생버섯을 채취해 먹지 않는 것이 독버섯 중독사고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 문배마을 생태연못 부들

봉화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문배마을로 향하였다. 문배마을은 워낙 오지라 6.25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한다. 한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으나 오지 등산객에 의해 마을이 알려지게 된 경우이다. 문배마을 명칭의 유래는 약 200년 전 마을이 형성될 때 돌배보다는 크고 일반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그랬다는 것과 마을형태가 짐을 가득 실은 배 형태라서 문배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현재는 몇 가구 안 되는 마을 전체가 대부분 음식점으로 바뀌었고, 명칭이 각각의 성씨로 되어있다.

▲ 구곡폭포

문배마을을 지나 구곡폭포로 향하는 고갯길에서 잠시 쉬어갔다. 바람도 시원하거니와 바람에 실려 오는 잣나무 향기가 머릿속을 맑게 하는 것 같다. 잣나무 숲속 내리막길로 한참 내려가니 구곡폭포 안내팻말이 나온다.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목조계단을 몇 분 올라가니 구곡폭포가 나온다. 그날 필자가 본 구곡폭포는 떨어지는 물의 양이 적어 폭포라고 하기엔 조금 옹색했다. 구곡폭포에서 하산 후 길을 따라 10여분을 내려가니 매표소 입구가 보인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강촌역으로 가야한다.

▲ 싸리나무 꽃

강촌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상봉역으로 돌아와 잘 아는 횟집으로 향했다. 메뉴로 동해산 돌문어 데침과 전어회를 선택했다. 노루궁댕이 버섯 맛을 보려고 출발한 이번 산행의 목적과는 달리 산행만 했지만 나름 즐거운 하루였기에 아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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