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승병(僧兵)에 내재된 호국불교의 딜레마
[칼럼] 승병(僧兵)에 내재된 호국불교의 딜레마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0.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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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2014년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를 꼽는다면, 관객수가 1800만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흥행한 『명량』이다. 『명량』은 임진왜란이 발발한지 6년이 되었던 1597년에 있었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명량해전은 일시적인 휴전이 깨지고, 다시 조선을 침략한 왜군으로부터 전라도 곡창지대를 보호하고, 이전에 대패했던 조선 수군을 재건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전투이다. 무엇보다도 배의 수가 13척(학자에 따라서는 12척이라고 하기도 한다.)에 불과했던 조선 수군이 133척의 왜군과 맞서서 승리한 전투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이순신이 지휘했던 조선 수군에 승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이순신에 대하여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몇몇 있었지만, 수군 승병을 등장시킨 것은 『명량』 이 처음이 아닐까 예상된다. 『명량』에서는 대장선 하단에서 노를 젓는 병사들 곁에서 승려들이 불경을 외다가, 거친 물살 때문에 병사들만의 힘으로 노를 젓는 것이 힘들어지자 염주와 목탁을 던지고 병사들과 함께 노를 젓는다. 그리고 백병전이 일어나자 승려들은 월도(月刀)와 칼, 낫을 들고 백병전에 참여하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이순신과 함께 승리를 맞이한다.

그렇다면 조선 수군에는 승병이 존재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승병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하면서, 근처 승려들 가운데 승병으로 참여할 승려들을 모집했고, 약 4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지혜와 통솔력을 갖춘 승려에게 수군 승병의 통솔권을 주었다고 한다. 특히 거북선이 첫 출전했던 당항포해전에서 삼혜, 의능 등의 승병의 공이 이순신에 의해 높이 치하되었는데, 이들이 이 정도의 공치사를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거북선에 탑승해서 전공을 세웠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을 보았을 때 승병들이 거북선에 탑승해서 전공을 올리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청허당 휴정, 사명당 유정, 조헌과 금산전투에서 순국한 영규 등 육상에서 전투를 벌인 승병장들이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사항 중 하나인 조선 수군에도 승병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나라를 구했던 승병과, 이로 인해 우리나라 불교의 정체성 중 하나로 꼽히는 호국불교가 불교 교리와 여러 가지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승려가 된다는 것은 세속과 단절하고 수행자나 구도자의 길을 걷는 것인데, 세속의 범주인 국가를 위해서 희생했다는 것이 불교 교리와 맞지 않는다. 또한 불교 계율에서 살생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승병이라는 이름으로 전투에 참여하여 적군을 살생했다는 것도 불교 교리와 맞지 않는다.

이러한 딜레마가 있는데, 불교 스스로가 승병의 존재를 부각시키거나, 혹은 우리나라 불교의 정체성을 호국불교로 삼는다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한 예로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국애민의 숭고한 정신과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호국의승의날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8월 27일 수요일 오전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불교가 호국불교를 정체성으로 삼는 것이 불교 교리에 옳은지, 살생을 저지른 승병들을 불교 교단 차원에서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등은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문제를 삼을 필요가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단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교와 승병의 구국을 위한 희생과 노력은 충분히 추앙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불교 교단에서 호국 불교를 우리 불교의 정체성으로 삼고, 승병을 기리는 ‘호국의승군의 날’을 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맥락은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불교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역동성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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