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4일 ‘건설불공정 하도급 실태 진단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열려

   
▲ ⓒ 투데이신문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이용…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화  
“어음제도, 단계적인 절차를 통해 점차 폐지해야” 
건설하도급 분야, ‘추가공사 분쟁’ 많아… 관련 법 개정해야  
건설산업 불공정 행위 막으려면… 정부 개입 필요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건설업계에 만연한 ‘갑의 횡포’의 근절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건설불공정 하도급 실태 진단 및 제도 개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이미경, 김기준, 김경협, 홍종학, 부좌현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또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주관, 대한전문건설협회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성진 변호사가 맡았고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민생경제위원장 강신하 변호사가 발제했다. 아울러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하도급TF 팀장 이동우 변호사, 서울시 도시안전실 최의수 하도급관리팀장, 국토교통부 김정희 건설경제과장, 공정거래위원회 박재규 기업거래정책과장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건설불공정 하도급 실태를 진단하고 제도 개선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회 시작 전,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이 인사말을 했고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표재석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표재석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토론회는 지난 2월부터 건설하도급분야 불공정거래 행위개선을 위해 국회, 시민단체, 업계가 연계해 불공정 피해사례를 발굴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논의해온 노력의 결실”이라며 “대기업, 하도급사, 국회, 정부기관 등 모두가 합심해 갑과 을이 아니라 ‘우리’를 만들 때 비로소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 ⓒ 투데이신문

다단계하도급구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과 격차 초래… 사회 양극화의 원인    

발제를 맡은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하도급 불공정거래의 구조적인 원인과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위 연구위원에 따르면 하도급생산체제는 개별기업들이 생산비 절감과 이윤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거래비용을 최소화한 생산요소 조달 방식이다. 즉, 하도급거래 시스템은 기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모든 기업 간의 경쟁수준이 격화되면서 품질향상, 저렴한 생산비 투입 등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발전돼 왔다는 것이다.

위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 이전과 비교하면 현행 하도급법은 많은 조항에 있어서 하도급기업을 위한 법조항 개정이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말하면서 “상생법,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법 등의 개정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하도급구조의 불합리성을 언급하며 원사업자의 하도급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지위남용행위의 일반화를 지적했다. 여기에서 불공정한 지위남용행위란 정당하지 못한 대금결정이나 단가의 책정, 하도급 대금의 부당한 감액, 불공정한 계약조건의 강요 행위 등을 말한다. 이같은 행위는 왜곡된 다단계하도급구조로부터 비롯되며 이런 왜곡된 관행을 통제할 수 있는 관련 법제도가 불충분하다고 위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결국 다단계하도급구조는 원사업자와 중소하도급 기업,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과격차를 초래해 사회전체적인 양극화의 한 원인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건축산업은 대기업(종합건설업)의 수주시장 지배가 80~90% 수준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매출시장지배력으로 연결돼 전문건설기업과 중소 건설사는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충분히 개방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하도급구조는 발주, 도급, 하도급, N+1차 하도급의 순으로 부정적 의미의 다단계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연구위원에 따르면 결국 지나친 단계 확장은 분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 기술진보, 경쟁력 강화보다는 인건비 수탈적 구조로의 진전을 초래한다. 아울러 중소하도급기업의 영세성을 촉진하고 종속적 구조화를 통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 ⓒ 투데이신문

원사업자가 발행한 어음 부도날 경우… “하도급업체, 속절없이 무너져”

또한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어음제도 폐지’를 목표로 단계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연구위원은 “(하도급 업체가) 납품과 용역을 제공한데 반해 그 결과를 60일, 90일, 150일, 극단적으로는 부도가 날 경우 그 대가를 받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원사업자가 발행한 어음이 부도가 나면 하도급업체들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구조 혹은 흑자 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차적으로 어음만기일을 대폭 단축하는 것부터 시작해 3년 혹은 5년 이내에 전면폐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위 연구위원은 직접 시공의무제를 빠른 시일 내에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원청업체(시공업체)가 건설관련 주요 기술과 기능 인력의 직접고용을 하도록 해 건설업체의 책임성과 안전성 등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직접 시공의무제는 건설산업에 만연한 임시일용직의 해소와 불법적인 다단계하도급을 근절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인 강신하 변호사의 발제가 이어졌다. 강 변호사는 건설하도급 분야 역시 원사업자인 대기업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관행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도급 거래가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변질돼 몇단계 하청을 거치면서 저가 공사로 인한 부실공사, 임금체불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원사업자들의 주요 불공정거래 행위를 ▲부당한 저가 계약 체결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계약 체결 ▲하청업체에 대한 추가공사비용 및 위험 부담의 전가 ▲현금지급 의무 위반 ▲부당한 위탁취소 ▲하자담보 책임 등 6가지 항목으로 나눠서 언급하며 각 항목과 관련된 사례를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저가하도급 계약 체결은 주로 대기업의 의도적인 유찰과 재입찰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입찰결과에 대한 공개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며 “고의적인 유찰 및 재입찰을 부당하도급 대금 결정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불법다단계하도급의 문제도 지적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불법다단계하도급은 시공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시공자가 개입돼 공사 하자로 인한 안전문제, 산재사고 증가, 임금체불 등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시정하려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하도급거래를 2단계까지만 허용하되 부득이하게 다단계하도급을 허용할 경우, 하도급담당관 제도를 통해 허가를 얻도록 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입찰에 참가할 때 내용을 자세하게 기재한 하도급계약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관계당국이 계획의 이행여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강 변호사는 말했다.

아울러 그는 추가공사비용과 각종 위험부담을 하수급업체에 전가하는 행위와 관련해 추가 작업에 대한 서면작성을 의무화하고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관련 사안에 대해 실태 파악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당한 위탁취소의 경우에는 계약이행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수급사업자들을 불공정거래 행위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하자담보책임이 종합건설업체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결정, 하자책임을 하수급인에게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에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원사업자가 발주자와 정한 기간의 한도 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 변호사는 말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 강신하 변호사 ⓒ 투데이신문

하도급 거래,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변질… 부실공사, 임금체불 등 문제 생겨  

토론자로 나선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승국 연구위원은 발주처의 원도급자 감독책임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원사업자와 하수급업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은 정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입찰 및 계약 단계에서의 불공정행위, 대금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하자담보책임제도 운용에 대한 불공정행위로 나누어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입찰 및 계약단계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려면 하도급 계약자료 공개 항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부당특약을 통해 수급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경우, 징벌적손해배상제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하도급TF 팀장 이동우 변호사는 건설하도급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을 소개했다. 그는 건설하도급 분야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추가공사 분쟁을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을 강조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추가공사에 대한 감리 등의 서면 확인, 추가 작업 내용을 기재한 서면발급 및 대금지급을 의무화, 위반시 제재 강화를 담아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하도급법 개정안은 계약 종료 단계에서 부당한 계약해지 등의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했다. 더불어 부당하도급대금결정 유형에 재입찰 행위를 포함시키고 하도급 입찰결과 공개제도를 도입했다. 징벌적손해배상제의 범위에 부당특약으로 인한 피해도 추가했다. 또 원사업자가 하도급계획서를 충실히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감독 및 감독조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하도급 계약 누락 또는 계약 불이행 사업자는 2년 간 정부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도록 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건설현장에서 문제되는 대표적인 사안들을 유형화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법률안에 담은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각 단계별로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이번 개정안을 통해 건설현장 관계자들이 불공정행위 근절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 ⓒ 투데이신문

서울시, 향후 하도급관리‧감사 전담팀 신설할 예정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했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최의수 하도급관리팀장은 서울시가 하도급직불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건설하도급 불공정문제 개선을 위한 3대 정책과제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시에서 하도급 대금지급 확인시스템을 구축, 하도급 계약자료를 공개하기 위해 정보공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하도급 이행실태 현장점검 결과와 하도급부조리신고센터 운영 현황도 소개했다.

최 팀장은 “서울시는 향후 하도급 관리, 감사 전담팀인 호민관팀을 신설해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희 국토교통부 건설경제과장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은 실무자들과 검토한 후 반영하도록 하고 행정적인 부분은 관련 부서들과 협의를 한 후 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 박재규 기업거래정책과장은 “발제내용이나 개정법률안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한다”며 “한 부처가 구조적인 하도급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산업법령 강화를 통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공정하도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관리 당국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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