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무라카미 하루키가 9년 만에 신작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여섯 편의 작품과 함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를 만나볼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지난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그 동안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대작 『1Q84』를 비롯해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해왔던 그는2013년 직접 선별한 영미권 단편소설 모음집 『그리워서(恋しくて)』의 번역 작업 중 ‘장편을 쓰는 것도 지쳤으니 이제 단편들을 써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후 그해 말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 다섯 편과 단행본 출간에 맞춰 새로 쓴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이 모여 이번 소설집이 완성된 것. 이번 한국어 판본에는 『그리워서』에 실렸던 오리지널 단편 「사랑하는 잠자」가 특별히 추가됐다.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하거나(「드라이브 마이 카」), 외도 사실을 알게 돼 이혼하고(「기노」), 본인의 뜻으로 일부러 깊은 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독립기관」). 또 이유도 모르는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기도 한다(「셰에라자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의 「예스터데이」와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를 무대로 한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다.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현실적이고 진중한 분위기가 강하다. 또한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훨씬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루키 소설이 현실과 맞닿아 보편적인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내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팬들은 뿐만 아니라 폭넓은 연령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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