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 행장 이광구 내정자, 낙하산 인사 논란
이순우 행장 밀어내고 ‘서금회’ 출신이 자리 차지?
‘상업銀’ 출신이 연이어 은행장? 한일銀 출신 인사들 반발 예상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광구 부행장을 최종 후보로 내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광구 내정자에게 따라 붙은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와 ‘상업-한일銀 갈등’ 등 논란 탓에 낙하산 인사이자 밀실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금회’ 출신이 발목잡네

행추위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면접을 갖고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 내정자는 1957년 충남 천안 출생으로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상업은행에 입행해 홍콩지점장과 개인영업전략부장·광진성동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을 맡고 있다.

행추위 관계자는 “이 부행장이 후보군 가운데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점을 높게 평가했다”며 “이 부행장의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경험과 역량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9일 이사회에서 이 부행장을 최종 후보자로 내정하고 30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방침이다.

그러나 남은 선임 절차 중 이광구 내정자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결성한 모임인 ‘서금회’ 출신인 만큼 논란의 중심에서 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에 ‘줄 잘서는’ 금융인만 출세?

최근 정부의 입김이 닿는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서금회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올해 초 선임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 서금회 출신이다. 지난달 내정된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내정자 역시 서강대 출신이다. 그밖에 박지우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윤대 산업은행 부행장도 서금회다.

여기에 우리은행 행추위가 서금회 출신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해 우리은행도 서금회 차지가 됐다. 우리은행은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금융사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서금회’ 멤버가 우리은행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은 관료 출신 은행장보다 금융산업의 독립성을 더욱 후퇴시키는 관치금융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줄 잘서는’ 금융인만 출세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순우 행장이 연임을 포기한 것도 사실상 외압으로 사퇴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러한 의혹은 차기 행장이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부회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을 보면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

3명의 면접 후보군에 이 행장 이름 없었다?

5일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내정자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행추위가 차기 행장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했을 때 이 부행장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행추위에서 검증 절차를 하기 때문에 안 맞는 말”이라고 강력부인했다.

또 “(서금회 논란은) 시장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내정설이라는 것은 없고 우리은행 행추위가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 금융위가 개입하거나 청와대 뜻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상업-한일銀 출신 간 갈등으로 불똥 튀나

이 내정자가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점 역시 논란거리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우리은행 출범 이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가며 행장을 맡았다. 인사 불균형으로 인한 조직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이 내정자는 상업은행 출신으로 이순우 현 행장 역시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상 처음으로 상업은행 출신이 연이어 행장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날 면접을 본 다른 후보인 김승규 부행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그동안 조직 안정을 위해 유지해왔던 원칙도 깨지게 돼 한일은행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책도 이 내정자가 충분히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