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면세점 ⓒ뉴시스

자사에 불리한 관세법 개정되자 언론플레이 계획?
알짜 ‘인천 KTO’, 중소기업 통해 우회확장 의혹
2억원 넘는 폭탄급 리베이트로 손님몰이 나서
사측 “잘못된 이해로 빚어진 논란들” 억울함 호소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롯데면세점이 상생경영을 뒤로 하고 자사의 이득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롯데면세점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개정한 관세법 효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헌법소원을 준비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또한 중소면세점의 우회지배가 가능한 전략이 담긴 내용의 문건도 함께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롯데면세점은 여행사와 여행 가이드에게 자사의 면세점을 관광객들이 이용할 경우 파격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면세점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롯데면세점 측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의지가 있는 지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 자료제공=윤호중 의원실

관세법 개정되자 헌법소원 준비?

국내 면세점 업계의 ‘재벌 과점 문제’가 워낙 심각해 지난해 관세법이 개정됐다. 정부는 관세법 개정을 통해 면세점 특허수(매장수 기준)의 20% 이상(2018년부터 30%)을 중소·중견기업에 주고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은 60% 미만으로 하는 것으로 못 박았다.

그런데 국회 기획재정위 윤호중(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 구리시) 의원실과 CBSi-더스쿠프가 공동으로 입수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관세법 개정(2013년 1월) 이후 입게 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관세청 등 유관기관, 언론, 헌법소원제도까지 활용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취지로 개정된 관세법의 효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여론전에 소송전까지 준비한 것.

관세법 개정 직후인 2013년 초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롯데면세점 내부문건은 제1편 관세법, 제2편 인천 KTO로 구성돼 있다. 제1편엔 관세법 개정에 따른 대응방안이 담겨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으로 중소기업 보호 분위기 확산, 면세업 대기업 독점 논란, 향후 관세법 개정을 통한 중소기업 특허 확대”를 예상하면서 그 대응방안으로는 한국면세협회와 함께 기획재정부·관세청 등 유관기관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관광서비스·한류진흥을 내세워 문화체육관광부에 정책을 건의하자는 전략도 세웠다.

여론몰이 전략도 있었다. 국가연구기관(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조세연구원)과 컨설팅, 대학교수의 언론기고를 통해 “재벌이 면세업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알리자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활용한 대응전략도 모색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관세법 개정안의 ‘정체성’을 꼬집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의원은 “국내 면세시장은 재벌 대기업(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이 30년 넘게 독점적으로 운영했고 그 결과 두 업체는 글로벌 수준의 면세점으로 성장했다”며 “그럼에도 두 업체가 관세법 개정안의 취지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콘셉트’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부문건을 보면 매우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문건에 담긴 내용은 상황에 따른 대응방안 중 하나을 뿐 실제로는 시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문건 제1편의 ‘경과사항’이라는 항목에는 홍종학(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4명이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2012년 12월 이후의 진행상황이 적시돼 있다. 면세협회(법무법인)와의 공동대응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 기재부, 관세청에 ‘(면세점은) 중소기업에 부적합한 업종’, ‘특허할당 비율의 부당성’을 알렸다고 쓰여 있다.

실제 중견·중소 면세업체의 특허비율은 관세법 개정안의 원안인 50%에서 ‘20% 이상’으로 낮아졌고, 대기업의 특허비율은 30%에서 60% 미만으로 높아져 그 배경에 롯데면세점 측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자료제공=윤호중 의원실

중소기업 우회지배 의도했나

내부문건 제2편 ‘인천 KTO’에는 롯데면세점의 중소기업 우회지배전략이 적혀있다.

2012년 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KTO(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에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을 냈다. 입찰참가자격은 자산 5조원 미만의 중견·중소기업이었다. 이는 ‘면세업 상생’을 위한 조치다. KTO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당시 9%, 매출은 연 1753억원에 달했다. KTO가 시장에 나오자 수많은 중견·중소 면세업체가 눈독을 들였다.

그런데 엉뚱한 일이 일어났다. 롯데면세점(호텔롯데·롯데DF글로벌)이 ‘인천 KTO’에 은근슬쩍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새 사업자(중소기업)가 선정되면 BTQ(부티크)의 수입품을 소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BTQ는 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구찌·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매장을 말한다. 수입품 소싱은 이런 브랜드와 매장개설에 합의하고, 공급계약을 체결해 상품주문·수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롯데면세점은 루이뷔통·샤넬 등 수입브랜드의 상품주문·수급을 자신들이 도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렇게 수입품 소싱을 대행하면 면세점의 핵심기능은 사업자가 아닌 롯데면세점으로 넘어가게 돼 ‘수입품 소싱’을 롯데면세점의 우회확장전략으로 볼 수 있다.

윤호중 의원은 “내부문건에 기록돼 있는 수입품 소싱전략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돈이 되는 유통 부문은 잡겠다는 것”이라며 “유통을 지배당하면 실제 사업이 종속되는 효과가 발생해 제아무리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이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도 “수입품을 소싱하면 롯데는 해당 면세점(가령 인천 KTO)의 실질적 운영자가 된다”며 “공정거래법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이 전략은 중소 면세업체 육성이라는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법적근거 없는 ‘폭탄급 리베이트’ 제공까지

또한 롯데면세점은 최근 ‘여행사 매출왕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총 2억원이 넘는 상금(리베이트)을 내걸었다.

윤호중 의원실과 CBSi-더스쿠프가 공동으로 입수한 ‘월드타워점 OPEN 기념 프로모션’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10월 13일 롯데면세점 중국동남아판촉팀이 중국 인바운드(inbound·외국인 상대 여행사업) 여행사들에 배포한 것이다.

문건은 10월 16일(오픈일)부터 12월 31일까지 77일 동안 월드타워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여행사 5곳을 선정해 순위별로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1등은 1억원, 2등은 5000만원, 3등은 3000만원, 4등은 2000만원, 5등은 1000만원 등이다. 이는 내년 1월 여행사 인센티브에 반영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월드타워점 오픈 프로모션’이 기존 리베이트 제도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행가이드에게도 상당한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동남아 여행사 가이드 인센티브 지급 안내’라는 문건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은 2014년 8월 한달간 소공동점·잠실점·코엑스점 3개점을 합친 매출을 기준으로 여행가이드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리베이트 지급 기준인 매출은 월 20만 달러, 15만 달러, 13만 달러, 10만 달러 등 19단계로 분류했다. 여행가이드가 월 20만 달러를 올리면 1000만원(매출 대비 리베이트 4.88%), 15만 달러는 800만원(5.21%), 13만 달러는 500만원(3.76%), 10만 달러는 420만원(4.10%)의 리베이트를 준다. 매출 하한선은 월 3000달러로, 리베이트는 15만원(4.88%)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이 2009년~2014년 8월 외국인 관광객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여행사와 여행가이드에게 지급한 리베이트는 1조1655억원에 달한다. 그중 83.8%(9768억원)를 롯데면세점(5510억원)과 신라면세점(4258억원)이 지급했다. 리베이트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010억원에서 2012년 2201억원으로 117% 늘어났다. 특히 올 1~8월 리베이트(누적)는 3046억원으로, 지난해 2966억원을 8개월 만에 껑충 뛰어넘었다.

결국 여행사와 여행가이드가 외국인 관광객을 데리고 가는 곳은 영세한 중소 면세점이 아닌 ‘폭탄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대기업 면세점이 될 수밖에 없다. ‘머니게임’으로 얼룩진 면세점 업계에서 공정한 경쟁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양창영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재벌 면세점의 과도한 리베이트가 공정행위에 저촉될 순 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위법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매출 혹은 객단가 등으로 리베이트 지급의 명확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베이트가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선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자료제공=윤호중 의원실

롯데면세점 “사업 특수성 이해 못해 벌어진 것”

롯데면세점은 이번 논란에 대해 “업계와 사업의 특수성을 이해 못해 벌어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먼저 중소기업 면세점에 수입품 소싱을 지원하려고 했던 이유는 당시 중소기업의 협상력으로는 브랜드 유치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당사는 중소기업 시내 면세점의 수입품 소싱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은 일체 없다”며 “중소기업 면세점의 물류 서비스를 도와주는 부분은 당사 통합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보관해주는 업무가 전부”라면서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O 문서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기존 사업권에 중요한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에 당연히 대안을 검토하고 고민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측되는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리베이트 논란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데 리베이트 등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며 “면세점 입장에서는 여행사가 ‘갑’이기 때문에 여행사와 여행가이드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공하는 인센티브이자 프로모션이고 전 세계 면세점과 국내 백화점에서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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