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혈액백 제조에 ‘발암물질’ 가소제 DEHP 사용
DEHP, 발암·생식기장애·주의력 결핍 유발될 수 있어
녹십자엠에스, 혈액백 시장 전체의 72% 차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녹십자 수혈용 혈액백 제조에 발암물질로 알려진 DEHP(디에틸핵산프탈레이트)가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호르몬인 DEHP는 지난 2005년 유럽연합 환경과학위원회가 발암 위험성과 변이독성이 있다고 발표한 프탈레이트류 물질로서 이에 노출될 경우 건강상에 문제가 생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녹십자에서 DEHP를 헌혈을 담는 주머니 형태의 혈액백을 제조하는 과정에 원료로 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DEHP 의료기기 ‘발암 위험성’ 제기돼

김현숙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류는 폴리염화비닐(PVC·polyvinyl chloride)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첨가제로 가소제인 DEHP를 첨가하면 분말 형태의 PVC가 주머니 형태의 혈액백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DEHP는 생활용품에도 널리 쓰이지만 해당 물질과의 접촉으로 인해 발암, 생식기장애, 주의력 결핍 등이 유발될 수 있어 인체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 10월 24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DEHP 등이 첨가된 수액세트 등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발암 위험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혈액백의 경우 프탈레이트류 수액백(세트)보다 프탈레이트가 500배(2000년도 기준 수액백 0.035ppm, 혈액백 2.66ppm) 더 많이 나온다는 실험결과도 보고되고 있는 만큼 사용제한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을 제한하기로 한 의료장비가 수액세트에 그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DEHP 첨가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은 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임산부와 신생아와 같은 민감 환자에 대해서는 대체물질 사용 제품을 권장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경우 오는 2015년 2월 21일부터 유럽화학물질청에 사용 승인 받은 경우만 사용 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어린이용 공산품과 관련해서는 DEHP, DBP, BBP 3종에 대한 제한(0.1%)을 하고 있으며 어린이 입에 넣어 사용할 용도로 제작된 공산품의 경우 DINP, DIDP, DNOP까지 추가적으로 제한(0.1%)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DEHP의 위험성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녹십자에서는 혈액백 제조의 원료로 해당 물질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엠에스가 시장 전체의 72% 점유율을 보일 만큼 병원에서 필요한 혈액백을 대다수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DEHP 물질 유해성과 관련해 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은 대체품 시중 판매 앞둬…국내는?

해외에서는 DEHP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수혈용 혈액백을 개발해 시중 판매를 앞두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프랑스기업 마코파마(MACOPHARMA)는 혈액백 제조에 프탈레이트류 가소제 대신 DINCH 가소제를 사용한 제품이 판매 이전 단계까지 다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럽의료기기안전지침에도 충족한 것으로 알려져 인체에 유해한 DEHP 대체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녹십자는 DEHP 대체품 개발에 연구에는 착수한 상태지만, 언제 출시할 지는 미지수다. 녹십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대체품이 출시 되기 전 까지는 현재 혈액백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녹십자 “DEHP, 안전성 갖춘 물질”

한편, 녹십자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물질은 50년 이상 의료기기에 사용될 만큼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혈액백은 혈액을 단시간 동안 단순히 보관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게 아닌 만큼 혈액백을 제조할 때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견딜 수 있는 재료로서 상용화 된 물질이 프탈레이트류 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해당 소재 말고는 오랫동안 혈액백을 만드는 데 사용된 소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DEHP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안전성과 관련해 확보된 부분이 있고 다른 가소제로 쓰일 수 있는 원료가 없다”며 “현재 녹십자에서 아예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지 않거나 소재개발을 하고 있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계속해서 대체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DEHP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롭다는 지적 자체는 언론을 통해서 나온 것인데 유해성이라는 게 동물실험을 통해서 약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하게 ‘어떻게 해롭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에서는 국가가 지정한 기준에 맞게 혈액백을 제조하고 있기에 김 의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