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홀은 ‘예고편’…균열·사망 ‘공포영화’ 절찬 상영 중

▲ 제2롯데월드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건설 초기부터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던 제2롯데월드가 개장하자마자 아쿠아리움 누수와 영화관 진동 그리고 작업인부 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안전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가 세계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두 달이 조금 지난 현재까지 며칠에 한 번 꼴로 사건·사고가 발생해 높은 층수 만큼이나 국민들의 불안감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롯데 측의 미흡한 대처가 더 큰 불신을 키우고 있어 대한민국 랜드마크로서의 위용을 떨치기도 전에 ‘가장 무섭고 가고싶지 않은’ 불안과 위험의 상징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영화관 진동에 바닥·천장 균열까지

제2롯데월드 건설과정에 제기된 ‘씽크홀’ 공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저층부 3개동 개장과 동시에 시작된 일련의 사고들이 ‘저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않은 공포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50분께 8층 월드타워점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14관에서 영화상영 도중에 소음과 진동이 발생해 관객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일이 발생했다. 관객 수십명이 관람을 포기하고 환불조치를 받았음에도 해당 영화를 끝까지 상영한 롯네시네마측은 슈퍼사운드관의 음향 때문에 진동과 소음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상영관 진동과 스크린 떨림 현상은 지난 11월 9일에도 있었다. 이날 한 관객의 신고로 소방대원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일어났지만 롯데측은 “고객이 예민했다”라고 답변했다.

개장 초기인 10월 26일 5~6층 식당가 통로 바닥에서 균열이 발견된데 이어 11월 4일 천장에서도 균열이 생겨 서울시가 전문가와 합동으로 정밀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조사 결과 구조체인 콘크리트 슬래브에는 균열이 발생하지 않아 구조물 안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해명이 의심과 불안을 증폭시켰다. 바닥 균열 발견 당시 롯데건설은 “균열이 아니라 1930~1980년대 옛 서울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설계때부터 금이 간 것처럼 연출한 디자인 콘셉트”라는 해명아닌 궤변을 내놓아 질타를 받았다.

에비뉴엘관 8층 중앙홀 천장 구조물 중 수직 기둥에 붙은 수평구조물인 보에서 50㎝가량 균열이 발견됐을 때도 롯데건설 측은 "구조물이 콘크리트에서 발생한 균열이 아니라 철골을 감싸는 내화보드(타이카라이트) 이음새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라 안전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균열 발생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건물 5~8층까지 메가 기둥에서 총 11곳의 균열이 발견된 바 있고, 지난 11월 12일에는 롯데월드몰 1층과 2층 대리석 바닥에서도 균열이 발견됐다. 균열에 대해 문제 삼을 때마다 롯데건설 측은 ‘사람으로 치면 뼈에 해당하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피부격인 마감재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건물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 일관해 왔다.

▲ 잠실역 누수 보수중

누수를 어찌할꼬

진동과 균열에 이어 이번엔 누수가 발생해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잠실 공영주차장과 제2롯데월드 주차장 출구의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새어 나와 서울시설공단이 롯데건설 측에 공문을 보내 조치를 요구했고 롯데건설은 공사에 따른 문제임을 인정하고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또한 특고압 변전소 위에 설치된 수족관 곳곳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해 국민안전처에서 정밀안전진단 명령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수중터널 구간 인근의 벽에 7cm 가량의 균열이 생겨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롯데 측은 누수 사실을 관람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환경개선 작업 중’, ‘청소 중’이라는 표지와 차단막을 쳐 놓고 보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시 되는 대목이다.

수족관 누수에 관한 시공업체의 해명도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시공업체는 지난 2010년 두바이 수조 누수 사건을 냈던 레이놀즈사이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세계의 다른 수족관들도 시공 초기에는 미세한 누수가 발생하며 지속적인 보수를 통해 안정화 시킨다”라며 누수 발생은 자연스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수족관 밑에 특고압 변전소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불안은 극에 달했다.

제2롯데월드 수족관 밑에는 고압이 흐르는 송파 변전소가 있다. 이런 고압변전소 위에 수족관을 짓는다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만약 수족관이 붕괴라도 된다면 대규모의 정전 사태뿐만 아니라 감전에 의한 다수의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도 있다. 롯데 측은 수족관이 7중 방수로 되어있어 안전하다고 자신하지만 붕괴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는 없다.

 

잇단 사망사고…현장관리시스템 ‘헛점’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 공사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인부 1명이 추락사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1년 반 동안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일어난 인명사고는 사망 3명, 중경상 5명이다.

개장 이후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롯데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즉각적인 대국민사과로 머리를 숙였지만 허점투성인 현장관리시스템에 대한 지적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롯데측의 대처는 오히려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번 인부 추락 사고는 산업재해인 동시에 롯데측이 안전메뉴얼을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시각이 많다. 롯데 측은 추락한 인부를 발견했을 당시 119에 전화하지 않고 지정 병원에 전화를 한 탓에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측 안전매뉴얼에는 사고 발생 시 119와 지정병원인 서울병원에 동시에 신고하게 되어있다. 서울병원은 인근 119 구급센터보다 약 1㎞ 가량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응급차는 사고 발생 15분만에 도착했다. 서울병원 응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인부의 상황을 파악한 후 서울 아산병원 까지 이송하는 데 30여분이 걸렸다. 인부는 이송 도중 숨졌다. 직선거리로 1km 정도 떨어진 인근 119에 신고했더라면 결과는 달라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고 대응에 있어 ’골드 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 인명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공사장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어 10월에는 11층 공사현장에서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추락해 지나가던 행인 한 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올해 2월 44층 컨테이너 박스에 화재가 발생했고, 4월에는 엔터테이트먼트동 12층에서 냉각수 배관기압을 확인하던 인부 1명이 사망했다. 10월에는 롯데월드 1층을 구경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실내 천장에서 떨어진 금속물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기도 했다.

국민불안 고조에 결국 사용제한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사고 소식에 인근 주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결국 서울시는 영화관과 수족관 전체에 대한 사용 제한 조치를 내리고 공사장 인부가 추락사한 공연장의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늦은 감이 있지만 국토교통부 역시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논란을 인정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최소한의 '안전평가'만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 18일 국토부는 '안전영향평가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안전영향평가제’의 주요 골자는 50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초대형 건축물에 대해서 지금까지 해당 부지에 대해서만 지표조사를 실시했지만, 앞으로 인접 대지로 확대해 구조안전 성능을 종합평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의 잇단 잡음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은 SNS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거기 가는 것은 자살행위다. 붕괴뉴스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지금 가장 가고 싶지 않으며 무서운 곳", "제2롯데월드, 제2삼풍백화점 될까", "제2롯데월드 붕괴 뉴스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등 누리꾼들의 시선이 차갑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