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글에 올라온 설계도면과 달리 10cm가 잘린 30cm 철근 사진

호남고속철도 시공, 설계도면과 달라…‘부실 공사’ 논란
‘부실시공 은폐‧관리감독 부실’ 의혹…비판 목소리 높아져
삼표이앤씨, “관리 감독 미흡했다” 인정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삼표그룹 계열사 삼표이앤씨가 맡아 진행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 ‘부실시공’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역 또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역과 전라남도 목포시 목포역을 잇는 호남고속철도는 오는 4월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지난 2012년 궤도공영과 함께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 업체로 선정돼 공사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호남고속철도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가 개통을 눈앞에 둔 호남고속철도가 설계도면대로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실시공’이라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하며 문제가 시작 된 것.

이와 함께 설계도면대로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한 삼표이앤씨에 대해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삼표이앤씨의 호남고속철도 시공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도면과 달리 40cm 철근 싹둑 잘라 30cm로 공사 진행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삼표이앤씨에서 시공한 호남고속철도 건설이 부실시공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올린 글쓴이는 지난해 호남고속철도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로 자신이 직접 공사했던 호남고속철도 시공이 본래 계획돼있던 설계도면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설계도면에는 콘크리트를 뚫어서 철근 40cm 중 25cm를 땅 속에 박고 남은 15cm의 철근은 밖에 노출시켜야 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공사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글쓴이는 “원래는 40cm의 철근 중 25cm를 땅에 넣어야 한다”며 “그런데 공사 현장에서는 40cm의 철근을 절단기로 10cm를 자른 후 30cm의 철근만을 가지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cm가 잘린 30cm의 철근 중 15cm는 땅에 넣고 남은 15cm를 밖에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공사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글쓴이는 “호남고속철도 시공은 설계도면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부실 공사”라고 지적했다.

삼표이앤씨는 삼표그룹의 철도분야 자회사로서 지난 1980년 강원산업 철도사업부를 시작으로 철도 궤도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경부고속철도, 호남고속철도 등 주요 광역철도 건설사업과 서울지하철 9호선, 부산‧대구지하철 등 굵직한 철도 건설 사업을 따낸 곳이다.

이와 함께 30년 전부터 침목, 레일체결장치, 레일, 분기기 등 철도관련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며 국내 철도용품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삼표이앤씨가 설계도면에 어긋난 공사 시공을 진행했다는 논란이 일며 추후 해당 고속철도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언론에 알리지 마라”…‘부실시공’ 은폐 의혹

또한 글쓴이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지난 1월 8일부터 3차례에 걸쳐 삼표이앤씨 회사 사이트의 사이버감사실에 이와 관련된 증거 사진 2장을 게재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삼표이앤씨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삼표이앤씨 회사 사이버감사실에 증거자료 사진을 올리면서 ‘부실공사에 대해 다시 재공사를 진행해달라,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는 글까지 게재했지만 삼표이앤씨는 반성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인지 오히려 이와 관련해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곧 개통되는 호남고속철도가 부실공사라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이 알게 돼 회사가 반성하고 재공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해당 공사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표이앤씨 측에서 부실공사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글쓴이에게 ‘언론에 알리지 말라’며 해당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공사 왜 막지 않았나…‘관리감독 부실’ 논란

이러한 상황에 ‘부실공사’를 막지 않은 삼표이앤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시공이 설계도면에 맞지 않은 철근 자재를 가지고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한 삼표이앤씨에 대해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또한 이와 함께 설계도면에 나온 것과 달리 원래보다 10cm나 짧은 철근을 쓴 것 자체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기존에 필요한 철근보다 더 적은 양의 철근 자재를 씀으로써 그만큼의 공사비를 줄이고 절단되고 남은 철근을 빼돌려 이에 해당하는 공사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표이앤씨 “설계도면과 다른 시공 인정”

한편, 삼표이앤씨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설계도면과 다른 시공이 이뤄진 게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래 설계도면에 40cm의 철근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던 것은 맞다”며 “그러나 (30cm의 철근을 사용해 진행된 시공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구간은 구간 경계선구간으로 외부기관에 검토의뢰를 했는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철로 부근에 대한 보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월 말에 보완 공사를 시작해서 현재 50%의 보완 공사가 진행된 상태이며 감독기관 관리 하에 3월 초에 보완 공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설계도면과 다르게 공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문제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철근을 자른 후 공사를 진행하게 한 것은 작업반장이었다”며 “그런데 그는 삼표이앤씨 회사 사람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다. 그 사람이 임의대로 이를 지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작업반장이 잘못된 시공 명령을 내리는 것을 막지 않고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고 꼬집자 “관리 감독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부실시공과 관련해 노동자가 삼표이앤씨 사이트에 글을 올린 시점이 1월 초인데 보완 공사가 1월 말에 시작됐다면 노동자의 지적이 있기 전에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 전에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게 맞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부실시공 은폐 의혹에 대해서 “글을 올린 사람이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돈을 달라고 협박하는 글을 올렸던 것”이라며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를 무시하지 않고 해당 글을 토대로 조사를 벌여 현재 보완 공사라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해당 공사에서 남은 철근을 돈으로 계산해도 1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이를 가지고 비자금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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