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회사가 책임질 부분 있으면 책임질 것”

   
▲ 사고 직후 현장 모습 (사진제공= 유가족)

유가족 “신세계건설의 작업규정 미준수가 사고 키워”
사고 직후 119 아닌 지정병원에 연락… 늑장 대응 도마 위 
사고 현장 훼손 의혹…사건 축소·은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최근 신세계건설 하청업체 근로자 한 명이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숨졌다.

4일 신세계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후 1시 30분쯤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확장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조모(42)씨가 추락했다. 당시 조 씨는 추락방지망 연결작업을 하고 있던 중 6.7m 높이에서 떨어졌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사고 후 그는 119구급차에 실려 해운대 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그는 신세계건설 하청업체인 중아건설의 소속 직원이었다.

조 씨의 유가족들은 시공사인 신세계건설이 사고 후 미숙하게 대응해 숨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가족들은 신세계건설이 사건 현장을 훼손하는 등 사고를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이 사고와 관련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작업규정 미준수 ▲미숙한 사고 대처 ▲현장 훼손을 비롯한 사고 은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체육교사를 꿈꾸던 조 씨. 그가 결혼 5년 만에 어렵게 얻은 17개월짜리 아들을 두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투데이신문>은 유가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신세계백화점 공사현장 인부 추락사고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부분을 되짚어봤다.

   
▲ 유가족이 최초 확인한 현장 모습 (사진제공= 유가족)

유족 “추락사, 신세계건설의 작업규정 미준수 때문”

유가족은 이번 추락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신세계건설의 ‘작업규정 미준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유가족에게 제공한 사고경위서에 따르면 당시 조 씨는 3인 1조로 추락방지망 연결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안전모를 쓰고 있었으며 안전고리를 추락방지망 지지대에 걸고 작업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어 추락방지망이 흔들렸고 이에 조 씨는 중심을 잃었다. 결국, 지지대와 추락방지망의 연결부위인 가느다란 철사가 파손됐고 그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고 발생 후 공사현장 담당자는 무전기로 상황을 전했고 지정병원인 효성시티병원에 신고했다. 이어 신세계건설 안전팀장이 사고 사실을 전달받은 뒤 현장으로 가서 의식 확인과 구호조치를 했다. 그리고 6분여 뒤 지정병원인 효성시티병원의 응급차가 도착해 조 씨를 응급차에 실었다. 하지만 이내 119 구급차가 도착해 옮겨 실어 사고를 마무리지었다. 여기까지가 신세계건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편 유가족은 사고 경위를 다르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작업환경과 규정에 맞지 않은 안전대 지급이 사고를 키웠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또 신세계건설이 안전방망(그물망)과 지지파이프의 결속을 단단한 전용클램프로 해야 하지만 일명 ‘반생이’라고 불리는 철선을 사용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2항 3호에 의하면 건축물 등의 바깥으로 안전방망을 설치하는 경우 망의 길이는 벽면으로부터 3m 이상으로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신세계건설이 작업 시 3m 이상 공간 확보가 가능한 긴 안전대를 지급하거나 작업지점 1.5m내 안전대 부착이 가능한 설비를 설치했어야 함에도 불구,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아울러 안전대를 비롯해 설비 착용여부 등을 안전 담당자가 공사 전에 미리 점검하고 확인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입장이다. 

게다가 신세계건설이 사전에 공사 내용을 기재하고 안전팀장의 승인이 들어있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유가족은 “보통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작업계획서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작업계획서를 보여달라는 요청에도 신세계건설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경위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제대로 말을 안 해주고 있다. 몇 번 설명을 듣긴 했으나 우리가 확인한 것과 달랐다”며 울분을 토했다.

   
▲ 사고 직후 현장 (사진제공= 유가족)

신세계건설, 사고 후 119 아닌 지정병원에만 연락… 미숙한 대응 

의혹은 또 있다. 신세계건설이 사고 후 119에 신고를 하지 않는 등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고 직후 현장 관계자들은 지정병원이자 척추·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효성시티병원에 신고했다. 이후 몇 분이 지난 뒤 119구급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사측이 공사장 출입문을 열어놓지 않아 출동한 구조대원이 출입문 아래 빈 공간에 기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는 구조대원에게 조 씨의 상태가 안 좋다며 출동한 119응급차에 옮겨 싣게 했다. 그런데 119 측에 사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후 1시 43분, 그러니까 사고 발생한 지 13분여 만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당시 추락 후에도 얼마 간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누가 보더라도 후두부에 상처가 난 상태라 빨리 119에 신고해 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신세계건설은 사고를 축소하기 위해 지정병원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세계건설은 119와 지정병원에 동시에 신고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말이 바뀌었다고 유가족은 말했다. 유가족이 구급일지를 확인한 바로는 익명의 제보자가 신고한 1건에 불과했으며 사측이 따로 신고한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신세계건설, 사고현장 훼손… 유가족 “최초 확인 현장과 달라”

신세계건설이 사고현장을 훼손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사고 축소와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시공사 측은 사고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4항을 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원인 규명 혹은 예방대책 수립을 위해 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나온다. 또 5항에는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해 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쓰여있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조 씨가 추락할 당시 바닥에는 H빔 철근이 있었다. 여기에 머리를 부딪혀 크게 다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고 당일 유가족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위에 떨어져있던 안전방망이 철거돼 있었고 바닥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현장 관계자에게 지금 상태가 당시 사고 현장과 같은지 묻자 그 관계자는 ‘안전방망은 떨어질 위험이 있어 제거했고 다른 사항은 사고시와 동일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다음날 경찰로부터 조 씨가 추락하면서 바닥에 있던 H빔 철근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목격자의 증언도 일치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가 유가족에게 보여줬던 현장에는 H빔이 없었던 점을 미뤄볼 때 현장을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건설이 CCTV 존재 여부에 대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유가족이 최근 신세계건설 관계자 여러 명에게 CCTV가 있냐고 하자 ‘없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CCTV가 발견됐다.

유가족은 “지속적으로 사고 경위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신세계 측이 우리를 응대하는 방식을 보면 의혹을 키우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 조 씨 추락 전 작업지점 (사진제공= 유가족)

유가족 “회사가 무엇을 숨기는지 밝혀내겠다”
신세계건설 “책임질 부분 있으면 책임 다할 것”

조 씨의 유가족은 “중요한 것은 합의금이 아니다.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얘기만 해주면 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회사가 숨기려는 부분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산재사고를 당한 피해자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확인도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겠나. 산재사고 피해자들에게 선례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 사고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신세계건설은 합의금 협상을 시도하다가 현재 5,000만원의 공탁을 걸어놓은 상황이다.

한편, 신세계건설 측은 인부 추락사고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유가족분이 계시기 때문에 저희 입장을 따로 밝히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따로 회사 측 입장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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